[CEO칼럼]제약산업, 우산 거두지 말길

장안수 한미약품 사장 | 2008.08.04 17:50
국내 제약기업에 대한 안방에서의 대접은 냉랭한 편이다. 걸음마를 막 뗀 아이에게 왜 뛰지 않느냐고 채근한다.

정부의 보호만 믿고 뛰는 연습을 아예 하지 않았던 제약업계의 나태함 역시 질책받아야 한다. 그렇다하더라도 정부가 우산을 아예 치워버리기로 결정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다소 야박한 일이다.

국산 복제약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려는 움직임은 통제되지 않고 있으며, 약값은 무조건 깎아야 한다는 일방 논리가 주를 이룬다. 국내 제약회사 하면 ‘불법’과 ‘리베이트’만 연상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정부가 앞장서서 만든다는 오해까지 생길 정도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내놓은 국산신약도 약값인하 공포나 인색한 보험 인정기준에 시달리긴 마찬가지다. “자국 정부도 인정해주지 않는 약가나 보험기준을 어느 외국정부가 알아서 우대해주겠느냐”는 푸념이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것 역시 엄연한 사실이다.

“아시아권에서 자국 제약산업의 기반이 유지되는 곳은 한국과 일본 뿐”이라는 말은 적어도 국내에선 통하지 않는다. 제약기반이 무너지면 비싼 값에 외국약을 수입해서 먹을 수밖에 없는, 이른바 제약주권을 빼앗겨버린다는 점 역시 가능하지 않은 일쯤으로 치부된다.

느리고 답답하겠지만, 국내 제약기업들 모두 글로벌 도약을 목표로 뛰고 있다. 밥 한 그릇이라도 따뜻이 먹여 내보내야 하지 않겠냐는 정책의 온정주의가 필요없을 만큼 우리 제약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거친 환경속에서 미래 성장동력산업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제약산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한 지금이다.

한미약품은 세계시장에서 원료의약품 첨단 브랜드로 이미 인정받고 있다. 제약 선진국인 유럽에서 한미는 더 이상 변방의 이름없는 기업이 아니다. 항생제인 세프트리악손 원료만 하더라도 유럽 시장 점유율이 40%에 달한다.


1988년 세파계항생제인 ‘세포탁심’을 유고슬라비아에 수출했고 1998년에는 ‘세포탁심’과 ‘세프트리악손’에 대한 COS인증(유럽 원료물질품질기준)을 획득함으로써 유럽 각국에 대한 수출길을 열었다. 모두 ‘국내 최초’다.

'세포티암’이란 항생제 원료를 원 개발국가인 일본에 역수출하기도 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제약시장에서도 한미 브랜드는 인정받고 있다. 2007년에는 ‘일본한미약품’을 출범시켰다.

5000만불 수출탑도 2006년 수상했다. 제약업계 최초다. 2007년에는 539억원을 수출했고 올해 상반기는 벌써 338억원을 넘겼다. 30% 이상의 고성장세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발매한 역류성식도염치료 개량신약 ‘에소메졸’에 대한 미국 및 유럽진출을 위한 임상시험도 곧 시작된다. 52억달러에 이르는 ‘에스오메프라졸’ 시장에서 다국적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경쟁하는 첫번째 기업이 된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10조원 안팎에 불과한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만 경쟁하는 것으로는 더 이상 성장을 약속받을 수 없다. 한미약품을 비롯한 국내 제약기업들이 앞다퉈 글로벌 경영을 선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시장에서 국내기업끼리 오손도손 경쟁해도 그럭저럭 먹고 살 수 있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매출액 대비 10%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매년 투입하고 글로벌 시장에 정통한 인재를 얻기위해 미국 등에서 현지 채용설명회를 한미가 굳이 개최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국내 매출보다 해외매출이 많은 기업”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신념은 확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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