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수주계약 해지 "악재긴 하지만"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 2008.08.04 12:15

일부 투기 수요 문제… 수익성엔 오히려 도움 시각도

대형 조선업체들의 수주 계약 취소가 잇따르면서 조선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선 경기가 꺾이면서 선박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호황기에 나왔던 일부 투기 발주에 국한된 문제이고 선가가 계속 상승세에 있어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라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이례적 수주 계약 해지= 4일 조선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조선주 주가는 일부 대형 조선사들의 수주 해지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락중이다. 급락을 초래한 수주 계약 해지건은 총 3건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컨테이너선 8척, 6190억원어치에 대한 수주 계약을 해지했다고 지난 1일 공시했고, 현대미포조선도 같은 날 석유화학제품운반선 4척, 1970억원어치의 수주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양사 모두 선주가 선수금을 입금하지 못해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STX조선은 지난 6월 유럽 선주와 맺은 벌크선 2대에 대한 2000억원 규모의 수주 계약을 해지했었다.

대형 조선업체들의 수주 해지는 이례적인 일이다. 대우조선에서 선박 수주 해지가 발생한 것은 약 5년, 현대미포조선은 신조선을 시작한 지난 99년 이래 처음 일이라고 양사는 밝혔다.

◇계약 해지 왜? =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미포조선의 계약 취소는 신생선사인 선주의 자금조달 실패에 따른 것으로, 대우조선은 선주인 NSB가 용선처를 확보하지 못해 계약 해지에 이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의 계약해지 건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선주가 세계 1위의 컨테이너선 용선업체(소유선박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해운회사에 임대하는 선주)로 선주와 조선소 모두 업계 수위권 업체이기 때문이다.

강영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컨테이너선 시황이 1/4분기까지 괜찮다가 이후 꺾였다"며 "이번에 해지가 된 선박의 발주가 3월에 이뤄졌었다는 점에서 NSB가 시황을 잘못읽고 용선처를 구하지 않고 발주를 했다가 계약을 취소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악재이긴 하지만= 주식시장은 수주계약 해지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후판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점증하는 시점에서 조선 경기까지 어려워지고 있다는 해석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계약 해지가 악재인 건은 분명하지만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가 많다.

계약 취소가 전반적인 조선 경기에 대한 문제이기 보다는 컨테이너선 시장에 국한된 문제라는 시각에서다.

강 애널리스트는 "컨테이너선 외에 벌크선, 탱크선 시황은 여전히 좋다"며 "자금조달 실패라면 전선종에 영향을 미치지만 NSB의 계약해지는 용선 문제라는 점에서 컨테이너시장에 한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형 조선업체 관계자도 "일부 투기 발주의 문제"라며 "전반적인 수주 여건은 여전히 좋다"고 말했다.

◇수익성 개선에 도움될수도=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의 경우 3~4년치에 해당하는 든든한 수주잔량을 확보하고 있어 수주 계약해지가 오히려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2/4분기 이후 선박 건조의 주자재인 후판 가격이 급등해 이를 반영한 높은 선가로 새로 수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초에 비해 원/달러 환율도 상승해 환율 면에서도 신규 수주가 유리하다.

선박 가격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낙관적인 대목이다. 지난 1일 기준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는 전주대비 2포인트 오른 189를 기록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5주만의 상승으로 상승 추세를 다시 확인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조선업체 관계자는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경우 주문이 밀려 수주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주 취소가 발생하더라도 새로운 수주로 채우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3. 3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4. 4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5. 5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