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옮길 때 연봉보다 더 중요한 조건

캔더스 김(=김선미) 할씨언 써치 인터내셔널㈜ 대표 | 2008.08.04 12:31

[경력관리 A to Z]성공전략으로써의 직위

몇 해 전 해외금융 투자자본이 투입된 국내 굴지의 회사에서 재무책임자(CFO)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았을 때의 일이다.

적합한 인재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인터뷰한 끝에 그 회사에 맞는 최고의 적임자를 찾아내서 클라이언트에게 추천을 했다.

필자가 추천한 CFO는 여성이었는데 이미 국내회사는 물론 외국회사 등에서도 재무회계 담당자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 바 있는 인재였다.
 
클라이언트 쪽에서도 그 여성 CFO를 적임자로 판단하여 순조롭게 채용 절차를 밟고 있다가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필자는 그 여성 CFO를 부사장 직위로 추천을 했는데, 클라이언트가 연봉은 더 올리더라도 전무 이상의 직위는 줄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필자가 판단하기에도 해당 기업에 필요한 사람은 전무가 아닌 부사장 직위를 가진 CFO였다. 그 회사는 당시 구조조정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점이었고, 회사가 처해 있는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전문 CEO와 균형과 견제를 이루며 동시에 CEO를 보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CFO가 필요했다.

하지만 전무라는 직위는 재무와 자금운용을 총괄하는 책임자에게 충분한 권한을 부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해당 여성 후보자는 기업에서 부사장의 직위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직전 회사에서의 직위 및 평가나 그가 갖춘 역량 등 객관적으로 검토하더라도 부사장 직위가 가장 적합했다.
 
그래서 필자는 부사장 자리를 줄 수 없다는 고객사 사장님에게 "왜 부사장 직위를 줄 수 없나"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그 사장님은 "내가 부사장을 주기 싫은 게 아니고 다른 임원들이 모두 반대를 한다"고 우회적인 대답을 해 왔다.

해당 기업 사장님의 말에 내포된 의미는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회사에서, 하물며 여성을 부사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기존 임원들과 적응, 융화하는데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직위를 이유로 헤드헌팅이 지연되자 이 여성 후보자도 다른 보상이 좋으니 직위야 전무로 하더라도 그냥 이직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사를 필자에게만 표명했다.
 
사실 필자의 입장에서는 후보자가 모두 채용 조건에 합의를 한 이상, 더 이상 필자 혼자 부사장의 직위를 고집하며 시간을 지체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달랐다.


해당 기업에서 '전무'라는 직위와 '부사장'이라는 직위의 차이는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큰 차이를 만들 것이 너무나 자명했고, 이는 결국 조직의 발전 방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었다.

또한 이 후보자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부사장을 맡을 자질이 있고, 그 직위가 보장해주는 권한의 범위가 더욱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전무라는 타이틀을 달아 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일을 편하게 하자고 적절하지 못한 직위로 헤드헌팅을 완료할 수는 없었다.
 
필자는 이러한 판단을 끝까지 믿고 고객사를 설득했고, 다행스럽게도 여성 후보자는 부사장의 타이틀을 단 재무책임자로 회사에 영입됐다. 그 결과, 여성 CFO는 부사장으로서 CEO를 성공적으로 보필하여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던 회사가 도약하는 전기를 만들어 냈다.

그 당시 부사장 타이틀을 줄 수 없다던 고객사 사장님도 조직 내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그를 보며 이후에 필자에게 당시 전무가 아닌 부사장에 임명한 것이 참 잘 한 일이었다는 말을 전했다.
 
이직을 하면서 연봉 등 금전적인 보상도 중요하지만 직위를 합리적으로 고려하는 것도 매우 중점을 두어야 할 사항이다. 특히나 임원급 인사에 있어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이사 등 어떤 타이틀이 회사와 채용후보자 모두에게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인지 상황을 면밀히 살펴 따져보아야 한다.

물론 외국계 회사들 중에는 직위가 전문직 프로페셔널들에게 전혀 중요한 요소가 아닐 때도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국내 조직은 권한이 직급에서 나온다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
 
보상을 얼마나 많이 받고 가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조직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해내고 능력발휘를 할 수 있는 인프라나 직위 체계가 잘 조성돼 있는지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 이기는 전략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인재를 영입하는 조직에서도 어떤 인재에게 어떤 직급을 부여하느냐에 따라 해당 조직에서 제대로 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정해진다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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