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때 이명박(MB) 한나라당 후보의 독주는 MB가 가진 강력한 브랜드 파워에 기인했다는 평이 많다. 당시 MB측 참모들은 "선거는 후보의 PI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말할 정도로 MB라는 브랜드를 구축하는데 힘을 쏟았다.
참모들은 MB가 이룬 각종 성과들을 '경제'로 단순화시켜 MB란 브랜드에 담았다. '국민 성공 시대', '실천하는 경제 대통령' 등의 슬로건은 MB 브랜드를 더욱 공고히 했다.
당시 PI 실무를 담당했던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은 "MB라고 하면 '기업계의 신화적 인물'이란 이미지에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을 복원한 추진력까지 겹쳐지며 자연스레 '경제 대통령'을 떠올리게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실용정부' '창조정부' 등의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내부 분위기는 시큰둥했다. 뭔가 부족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결국 인수위가 내린 결론은 'MB 정부'였다. 실용과 창조만으로 담을 수 없는 모든 긍정적 이미지가 MB 하나로 표현된다고 생각했다.
MB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한 참모는 "MB 브랜드만큼 현재의 대한민국을 설명할 키워드가 없다"고 자신했다.
# MB 정부가 출범하고 불과 5개월 남짓, MB의 '브랜드 파워'는 추락했다. '추진력이 있다'는 MB의 긍정적 이미지가 '무조건 밀어 붙인다'는 '소통 불능'의 부정적 이미지로 돌변했다.
사실 이미지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강승규 의원도 "긍정적 이미지와 부정적 이미지는 한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오는 자식들과 같다"고 인정한다. MB의 PI도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추진력'은 언제든 '소통 부족'으로 바뀔 수 있다. '온화함'이 언제든 '우유부단'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미지의 시대, 브랜드의 시대라고 하지만 결국엔 '질'이 문제다. 아무리 이미지가 그럴 듯하고 이름이 있어도 '질'이 받쳐 주지 않으면 오래지 않아 외면당할 뿐이다.
최근 청와대가 대통령의 이미지를 재구축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지난 대선 때 경험을 떠올리며 성공적인 PI가 현재의 난국을 타개해줄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일까.
국민들은 이미 MB 브랜드를 선택했다. 문제는 막상 사놓고 보니 많이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지금은 '겉포장'이 문제가 아니다. 'MB 브랜드'에 담겼다고 선전했던 그 '실속'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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