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기 발생 1년, 美경제 어디로?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8.08.02 16:28

위기의 1/3지점 와있어…2011년초까지 지속

신용위기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났다. 그러나 고통은 더욱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지원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회복은 지연되고 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해 6월 5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연설에서 "서브프라임 부문의 어려움이 경제 전반이나 금융 시스템으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통찰력은 완전히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버냉키의 발언이 나온지 정확히 2개월후인 지난해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는 전세계로 확산됐고, 신용경색에 따른 금융시스템의 총체적 위기가 전세계 경제를 강타했다.



◇ 신용위기 발생 1년, 위기는 진행형

마켓워치는 1일(현지시간) '신용위기 발생 1년'이라는 기사를 통해 아직까지 위기는 진행형이며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침체에서 회복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켓워치는 특히 헤지펀드와 각계 각층 전문가들과의 심층 진단을 통해 위기가 전세계 특히 유럽으로 퍼져나가고 있으며 단기간내 끝나지는 않을 것이란 결론을 도출했다.

위기가 심화되고 금융권 유동성이 씨가 마르자 FRB와 유럽중앙은행(ECB)은 2500억달러 이상을 단기 금융 시장에 투입하는 등 대처에 나섰지만 경기침체와 금융시스템의 혼란을 막는데는 아직까지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우지수는 1년간 14% 빠졌고,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다. 금융기업들은 3500억달러가 넘는 자산을 상각했고(마켓워치 추산) 메릴린치, 씨티그룹 등 금융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줄줄히 낙마했다. 그리고 수천명에 달하는 월가 투자은행가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주택 가격은 일부 지역에서는 최대 40%까지 폭락하는 등 하락세를 지속해오고 있다.

미국 5위 투자은행이었던 베어스턴스는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다 결국 JP모간체이스에 인수됐다. 과거 위기때 흔들림 없이 버팀목이 돼주던 정부 보증 모기지 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결국 이번에는 모기지 시장 혼란의 희생자가 되고 말았다. 올들어 지금까지 퍼스트 프리오리티 뱅크 오브 브래덴튼을 비롯한 8개의 미국 은행이 문을 닫았다.

◇ 위기 3분의 1지점에 와 있다

8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헤지펀드 사이언 캐피털의 마이클 버리 사장은 "우리는 아직 위기의 3분의 1 지점에 와있다"며 "2010년말이나 2011년 초까지 경제가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위험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렸다.

버리는 "미국 정부가 신용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시중에 자금을 추가로 투입함에 따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증가하고 미국 달러는 약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상품, 외환, 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해외증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인 호브드 캐피털의 에릭 호브드 최고경영자(CEO)도 "우리는 최소한 1~2년은 이러한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주택가격이 계속 추락하고 있어 은행들이나 금융기관들의 재무상태도 상당기간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브드는 "주택 가격 하락은 향후 1년간은 신용에 악영향을 미쳐 금융시장의 자본의 씨를 마르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위기, 유럽 전이 가능성 우려

전세계 최대 보험 중개업체인 아온 코프의 그레그 케이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에 이어 유럽의 경제침체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스는 "우리는 전세계 120개국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최근 우리의 가장 큰 우려는 미국에서 본 것같은 침체 조짐이 유럽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경기침체 요인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신용조건과 금융기업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맥스 버브리츠 SCM 어드바이저스 투자전략가도 현재 신용위기가 4~5이닝을 지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주택 가격 하락은 6~7이닝을 지나 신용위기보다는 종료에 가까워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 경제의 엔진인 소비가 둔화되고 있는 점은 초기 단계에 불과해 앞으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미국 정부는 위기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경기부양책으로 쉽게 회복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버브리츠는 경제가 2010년까지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정부 주도 구제책 가열, 납세자 부담 증가

FRB도 대공황 이후 월가 투자은행에 대한 재할인 창구를 개방하는 등 구제에 나서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경제의 파국을 막기 위해 주택시장지원법안을 승인하는 등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 모기지 시장에 대한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폴 맥컬리 핌코 이사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주요 투자자들이 자금을 빌료 금융기관으로부터 자산을 매입하고 나설 경우 신용위기가 빠르게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러한 주체가 정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FRB 주도 정리신탁공사(RTC) 신설도 주요 방안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980년대 주택대부조합위기때 RTC는 부실 자산을 매입해 위기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구제책은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납세자들의 부담을 키울수 있다는 측면에서 적극적인 도입이 망설여지고 있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세금 부담을 키우는 것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 주도로 의회에서 제2 경기부양책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신용위기 발생 1주년을 맞는 미국의 위기 해법이 어떻게 도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리고 주택 가격 하락이 신용위기보다 먼저 멈출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조만간 은행들이 부실 대출을 모두 상각하게 되면 다시 대출에 나설 것이고 이 경우 주택 대출 공급이 다시 증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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