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재임중 美 2번 침체 겪는다"

유일한 기자, 김유림 기자 | 2008.08.01 11:43

(종합)

-수출 덕에 2분기 1.9% 성장..기대는 못미쳐
-4분기 마이너스 성장으로 침체 가능성 한층 높아져
-고용 7개월 연속 감소 확실..하반기 침체 위험 확대

미국의 지난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2%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31일(현지시간) 수정발표됨에 따라 미국 경제가 공식 침체에 한발 더 다가선 것으로 분석된다. 공식 침체를 판단하는 권한을 지닌 전미경제조사국(NBER)은 통상 GDP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 침체를 선언한다.

◇공식 침체에 한발 다가선 미국 경제
NBER은 GDP 뿐 아니라 고용, 산업생산,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개인소득 도소매 판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이중 특히 중요한 지표가 고용이다. 같은날 발표된 주간실업수당 청구건수가 4만4000명 증가한 44만8000명으로 5년래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1일 발표되는 7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7만5000명 감소해 지난 1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했을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조사했다. 현재 5.5%인 실업률은 더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실업률이 증가하면 개인의 상품과 서비스 소비가 감소하고 이는 기업들의 생산 의욕을 떨어뜨린다. 고용 침체는 그래서 경제성장에 가장 큰 악재다. 공식 침체 선언이 앞당겨질 수 있는 핵심 배경이다.

NBER이 마지막으로 침체를 선언한 것은 2001년 11월이다. 당시 NBER은 위원회를 소집해 고용과 GDP에 얼마나 많은 비중을 둬야할 것인지 격론을 벌였다.

그 결과 고용지표가 위축되기 시작한 2001년3월부터 미국 경제가 침체에 접어들었다고 결정했다. 3분기 GDP가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는 것을 확인하고, 고용침체 출발점을 경기침체로 인정한 것이다.

당시 GDP는 1분기와 3분기 위축됐다. 2분기 연속 침체가 아니었지만 공식 침체가 인정된 것이다.

◇"작년 말부터 침체였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4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따라 미국 경제의 공식 침체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상반기 세금 환불이라는 경기부양 효과가 사라지고 약달러로 인한 수출 경기 호전 모멘텀이 약화되는 하반기에는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한층 높다고 예상했다.

이미 경기가 침체에 빠졌다는 시각도 적지않다. NBER은 과거 실제 침체가 시작되고 난 6~18개월 후에 공식 침체를 선언하는 후행성을 보였다.

뉴욕에 있는 디시전 이코노믹스의 유명 이코노미스트인 앨런 시나이는 지난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보고 "우리는 이미 침체에 있다. 침체는 앞으로 더 넓고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까지 NBER 의장을 엮임했고 지금은 침체를 판단하는 위원회의 패널로 있는 마틴 펠트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블룸버그에서 "4분기 GDP가 감소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침체의 전형적인 그림"이라며 "지난해 12월 또는 올해 1월에 침체가 이미 시작됐다는 나의 생각이 옳았다. 회복될 조짐이 없다"고 말했다.

연내 침체가 선언된다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리차드 닉슨 이후 재임 기간중 두번째 침체를 겪는 최초의 대통령으로 남게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 빼고 다 안좋아
2분기 1.9% 성장은 수출 호전이 주도했다. 2분기 무역수지 적자는 연율 기준 3950억달러로 줄었다. 이는 7년 이래 최저치다. 무역 적자 위축만으로 GDP가 2.4% 증가하는 효과를 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약달러에 기반한 수출호전이 없었다면 미국 경제는 0.5% 위축됐다는 의미다.

글로벌인사이트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나리만 베라베시는 "수출 호전이 심각한 침체를 막아 완만한 침체 또는 침체에 가까운 성장을 이끌었다"며 "내년 봄, 여름까지 실질적인 회복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2분기 800억달러 가까운 세금 환불로 인한 개인 소비 증가까지 감안할 때 하반기 전망은 한층 어둡다.

연준(FRB)은 신용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5.25%이던 기준금리를 8개월만에 2.0%로 전격 인하했다. 그러나 증시는 공식적인 약세장에 빠졌고 고용 주택 소비 등 모든 경기지표는 바닥을 헤매고 있다. 5월 20대 주요 대도시의 주택 가격(케이스실러 지수)은 일년 전에 비해 15% 넘게 하락했다. 2분기 주거용 주택건설은 15.6% 감소했다. 이러다보니 미국 경제의 71%를 차지하는 소비경기는 싸늘하기 그지없다.

◇백악관 침체 면했다 자평했지만...
백악관은 2분기 1.9% 성장을 확인하고 "미국은 경기침체(Recession)를 면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앞서 백악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1.6%로 대거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심각한 하강이 진행되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메릴린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에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견고했던 소비마저 고용시장 악화 등에 따라 급격하게 둔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미래의 우리는 절약할 수 밖에 없다"며 "GDP 말고 좋은 지표가 하나도 없다. 침체는 지난해 1월에 시작됐고 내년 중반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경우 1982년 이후 가장 긴 침체가 된다.

프린스턴에 위치한 이코노믹 아웃룩 그룹의 책임자인 버나드 버몰은 "진정한 위험은 올 하반기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며 "미국을 침체에서 막는 유일한 업종은 수출 뿐이다. 수출이 없었다면 미국은 이미 침체에 접어들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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