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동산은 불사조인가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08.08.14 12:39

[머니위크 취재후기]

눈먼 투자자를 볼모로 삼아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기획부동산에 대한 실상을 까발려보겠다는 심산으로 기획부동산에 몸담고 있거나 몸담았던 사람들을 몇명 만났다.

한 상가 분양 전문가를 통해 만난 김주익(30·가명) 씨도 그중 하나였다. 어렵사리 광화문 인근의 한정식집에서 만난 자리에서 그는 8년간 기획부동산 컨설팅을 하면서 느꼈던 속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는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단기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계를 꾸려가다가 22살이 되던 해에 기획부동산에 몸담게 됐다고 했다. 처음 출근하던 날 ‘실장’이라는 사람과 만나 고객이 왔을 때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 갈 것인지를 교육받았다.

그가 이야기하는 교육 내용은 단순 공식 암기와 다르지 않았다. 고객이 사무실로 찾아왔을 때 정신없이 만드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역할이었다. 다음은 실장이 알아서 한다고 했다.

그의 수익이 궁금했다. 통상 투자를 받게 되면 투자금의 10~20%가 수당으로 떨어진다고 했다. 만약 1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면 1000만~2000만원의 수당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눈먼’ 투자자를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다고 했다.

3개월의 교육기간동안 100만원 정도의 기본급을 받기 때문에 버틸만 하지만 기본급이 끊기는 4개월째 부터는 투자자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돌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부동산 컨설턴트라는 자부심으로 일을 해오고 있으며 시장에는 꽤 괜찮은 기획부동산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진짜 기획부동산의 역할은 개발 예정부지에 도로를 깔고 전기를 놓고 상하수도 시설을 완비해 토지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이라고도 했다. 현재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곳도 이와 같은 회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70~80%에 이르는 사기를 목적으로 한 기획부동산 때문에 소수의 진짜(?) 기획형 부동산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2006년 정부는 기획부동산에 의한 투기 방지를 위해 비도시지역의 토지분할을 금지했다. 그동안 기획부동산이 대규모 토지를 싼 값에 매입한 후 잘게 쪼개서 높은 가격에 토지를 매각하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2년여가 지난 지금도 많은 투자자들이 좋은 투자처가 있다는 기획부동산의 유혹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왜 아직도 기획부동산을 뿌리 뽑지 못했을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뛰는 놈’이라면 기획부동산은 ‘나는 놈’이라고 표현한다. 규제와 법망을 교묘히 피해 그들만의 새로운 ‘작전’이 항상 정부정책에 앞서있다. 기획부동산은 최근 토지분할방식을 버리고 회사의 지분투자 형태로 투자패턴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기획부동산이 작업을 끝내고 잠적할 경우 투자자는 분할된 토지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휴지껍데기에 불과한 지분만 남게 돼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

2005년과 2006년 대대적인 국세청의 감사로 대형 기획부동산의 수가 급격히 줄었으나 최근 기획부동산의 활동이 다시 기를 펴고 있다.

완전히 뿌리 뽑은 줄 알았던 바다이야기 같은 사행게임기가 아직도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다는 소식이 보도를 통해 흘러나온다. 죽은 듯 하다 부활하는 화마처럼 기획부동산의 행보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무척이나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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