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자구안 "현실성 부족"

더벨 박준식 기자 | 2008.07.31 17:04

4.5조 이행속도 및 매각가치 과대계상..시장 불신회복도 과제

이 기사는 07월31일(16:3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위기극복을 위해 4조5740억원의 유동성 확보 계획을 공개했지만 시장 곳곳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룹 측이 내놓은 액션플랜의 이행속도와 매각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게 주된 이유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대책의 현실성도 문제이지만 금호아시아나에 대한 시장 불신과 반감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대우건설과 금호산업이 보유한 부동산과 사회간접자본(SOC) 지분 매각 가치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그룹 측은 대우건설이 △유가증권 2502억원 △서울고속도로 및 일산대교 등 SOC 지분 3102억원 △부산 밀리오레 등 유형자산 △파키스탄 미수금으로 약 1조원 이상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SOC지분의 경우 현재 경기침체와 건설경기 악화로 인해 시장이 원매자 중심(Buyer's Market)으로 맞춰져 있어 제값을 받기 힘든 실정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10대그룹 계열의 일부 건설사가 내놓은 SOC지분만 최소 5조원이 넘는다"며 "금호아시아나가 제시한 건 희망가격"이라고 지적했다.

파키스탄 공사 미수금 역시 시급하게 유동화 할 경우 30% 이상의 할인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부산 밀레오레는 최근 지역상권의 성장둔화와 현지 자금시장의 유동성 문제로 인해 매각이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다.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고속도로 지분은 현금유입까지 이어지는 데는 그룹 측의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GS건설이 서울고속도로 매각 주관사를 맡고 있는데 빨라야 올해 말이나 내년 초는 돼야 매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산업의 경우도 대우건설과 마찬가지다. 내년 상반기까지 △일산대교 SOC 주식 1540억원 △금호생명과 한국복합물류 지분 7903억원 △한국CES, 대한송유관공사 투자유가증권 1022억원 △대불단지 등 유형자산 1040억원 등 1조원 이상을 공언했지만 대부분이 과대계상 돼 있어 유동화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금호측이 내세운 계획 가운데 가장 현실성 있는 대목은 대한통운의 유상감자다. 그룹 측은 내년 3월 법원이 정한 락업(Lock up)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2조원 가량을 회수하기로 했다. 여기에 이날 전 계열사의 2분기 실적이 매출 6조원, 영업이익 3800억 원을 기록, 유가와 원자재 상승분을 일부분 흡수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긍정적이다.

국내 증권사의 한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대한통운 유상감자는 이미 예상하고 있던 내용을 되풀이 한 것이며 시장이 우려하는 부분은 어제 언론에 보도된 쿠퍼타이어의 탈출과 같은 돌발 변수"라며 "금호의 계획에 현실성이 없는 건은 아니지만 시장상황에 따라 그런 계획은 얼마든지 무너질 수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그룹 전체의 회사채 미상환 규모가 4조원에 달하고 내년까지 도래할 물량도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점은 여전히 부담요인이다. 대한통운 감자로 현금을 마련해도 리파이낸싱이 어렵다면 내년 12월14일까지 4조원 이상이 될 대우건설 FI의 풋옵션 행사 담보액을 맞추는 건 불가능하다. 시장상황에 따라 금호가 내놓은 자구계획 자체가 변동될 수 밖에 없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셈이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대우그룹 등 수많은 기업들이 각 사업별로는 문제가 없었지만 유동성 위기로 인해 그룹 전체가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자구계획의 현실성보다는 이행과정과 속도를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여기에 무엇보다 큰 문제는 시장이 금호아시아나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인수 시 재무적 투자자(FI) 그룹에 참여치 않은 증권사에 채권발행 업무를 맡기지 않으면서 스스로 적을 만들었다"며 "이후 금호산업의 신용등급을 내린 신평사를 압박해 기준을 무너뜨린 것도 신뢰성을 해치는 악수를 둔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올 초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대우건설을 활용치 않겠다고 했다가 끝내 말을 바꿨다"며 "대우건설 풋옵션 행사도 문제없다고 하다가 최근 다시 1년 연장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 등 지속되는 신뢰성 상실행태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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