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고수익·수십배'의 치명적 유혹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08.08.11 08:35

[머니위크 기획]기획부동산 '덫의 현장' 르포

“사장님 재테크는 어떻게 하세요?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좋은 필지가 있어 소개시켜드리고 싶은데 시간 좀 내주세요.”

지난 5월 기획부동산에 대한 자료를 막 수집할 무렵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통화로 30여분의 설명을 들은 뒤 마침 잘됐다 싶어 사무실로 찾아가겠다고 했다.

강남대로변에 위치한 이 회사는 월 임대료가 1000만원도 넘어 보이는 고급 빌딩의 로얄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인사가 끝나자 이 관계자는 벌집촌을 방불케 하는 수많은 상담실 사이를 지나 맨 끝방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7㎡쯤 됨직한 상담실 벽면에는 각종 개발계획과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관에서 수여한 표창들로 꾸며져 있었다. 다른 한구석에는 개발 예정지로 보이는 판넬 지도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자신을 컨설턴트로 소개한 이 남자는 잠시 동안 동영상을 보고 있으라며 노트북을 두고 자리를 비웠다. 내용은 20분짜리 분량의 회사소개와 개발계획이었다.

잠시 뒤 나타난 컨설턴트는 강원도 평창의 한 리조트 개발사업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그 증거로 이 회사가 지난해 착공식을 가진 한 온천휴양단지 관련 일간지 기사를 내밀었다. 그는 회사 설명만 30분을 소비하는 동시에 ‘기획부동산’과 거리두기에 열을 쏟았다.

“우리 회사는 수십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고요. 개발사업도 열 곳이 넘게 진행하고 있어요. 저희 회장님은 ○○협회 회장도 겸직하고 계시고 ○○부 산하기관 ○○연구원장이 우리 회사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개발사업 추진에 걱정이 없습니다.”

그가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자니 마치 정부기관에 비호세력이 있는 것처럼 들린다. 계획서만 제출하면 개발이 순식간에 이뤄질 듯한 분위기다. 어느덧 호칭은 사장님에서 선배님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선배님, 평당 12만원을 투자하면 이 땅이 3~4년 뒤 300만원이 된다니까요. 저도 없는 돈 다 털어서 이곳에 투자했어요. 이제 몇 필지 남지 않았으니까 빨리 신청 하세요.”

◆‘3년만 참아라, 고수익 보장하겠다’

그가 설명하는 내용은 이랬다. 강원도 평창군 일대 약 56만㎡의 면적에 골프장과 클럽하우스, 콘도 등을 2011년까지 완공할 계획인데 토지구입비용이 모자라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1억2000만원을 투자할 경우 3306m²(1000평)에 해당하는 농지나 임야가 투자자의 몫이지만 개발 이후 이 토지가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되면 30%에 해당하는 992m²(300평)만 환지로 보상받게 된다는 식이다. 이 때 토지가격은 감정평가상 적어도 300만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것이 컨설턴트의 주장이다.

따라서 1억2000만원을 투자하면 토지에서만 적어도 9억원 이상의 수입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때 환급받은 토지 가운데 595m²(180평)을 매각해서 발생하는 5억4000만원 가운데 33%의 매각대행료를 제외한 3억6000만원으로 남은 396m²(120평)의 토지에 펜션을 세울 경우 건물 가치는 7억2000만원부터 시작해 얼마나 오를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펜션을 운영하면 연간 1억원 이상의 수입이 생기기 때문에 확실한 노후대비 투자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의 주장을 정리하면 1억2000만원을 토지에 투자해 3년 뒤 9억원의 목돈을 쥐거나 혹은 펜션을 건축해 연간 1억원 이상의 고정수입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다.

그가 소개한 다른 투자도 비슷했다. 제주의 모텔 개발에 3억원을 투자하면 토지 개발수익으로만 21억원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모텔 건축을 하게 되면 연간 4억8000만원의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게 들리는 이유는 개발 중인 토지가 상업용지로 바뀔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강원도나 제주도 등 개발에 목말라하는 각 자치단체들이 민간에서 사업계획을 제출하면 쉽게 인허가를 내준다는 식이다.

3시간에 가까운 그의 집요한 설명을 부모님과 상의해 연락 주겠다며 겨우 막아냈다.

◆ '좋은 물건 나왔다' 또다른 투자권유

투자 마감시한 전까지 매일같이 투자 상황을 물었던 이 회사 컨설턴트는 결국 기자의 "오피스텔에 투자했다"는 대답을 듣고 실망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좋은 물건을 놓쳐서 아쉽다", "나중에 들어가면 수익성이 떨어진다" 등 아쉬운 소리를 해댔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기자의 투자 상황을 꼼꼼히 체크하며 "나쁘지 않은 투자"였다고 우호적인 인상을 남겼다.

며칠 뒤 ‘○월○일 부로 평창의 ○○○ 개발사업의 투자가 마감됐다’는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기획부동산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당신이 새가슴이라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의식을 심어 놓는다”면서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의식이 들면 다음번 투자 때는 적극적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한마디로 잘 짜여진 각본과 같다”고 말했다.

해당 컨설턴트는 며칠 뒤 "확정금리 15%대의 좋은 투자처가 있다"며 또 다른 땅을 소개했다. 금융기관이 아닌 곳에서 확정금리나 원금보장 등을 조건으로 계약하는 것은 유사수신행위를 저지르는 위법 행위다. 만약 유사수신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징역 5년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기획부동산에 5년간 근무했다는 정수현(가명·31) 씨는 “계약서 상에서는 금리를 확정한다거나 수익에 관한 부분을 빼놓기 때문에 실제 소송까지 가더라도 컨설팅업체가 손해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계약 당시에 전문가와 함께 하거나 서류를 꼼꼼히 확인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씨는 이어 “수억원이 오가는 계약을 대충 확인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문제가 있다”면서 “공부를 안하면 그만큼 리스크를 떠안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21세기컨설팅 기사관련 정정 및 반론 보도

8월12일자(제41호) 피처면 <달콤한 '고수익ㆍ수십배'의 치명적 유혹 난무>, <뜬금없는 장밋빛 속삭임, 낚이면 낭패본다> 제하의 기사에서 강원도 평창군과 강릉에서 리조트 개발공사와 워터파크 신축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21세기컨설팅주식회사를 고수익으로 투자자를 유혹해 막대한 차익을 남기는 기획부동산업체라고 묘사하면서 1. 평창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 업체는 사업의지가 없고, 2. 부동산개발사업계약서에 투자자가 계약하는 토지가 정확히 명시돼 있지 않으며, 3. 워터파크 신축공사 증거자료로 내놓은 기술용역도급계약서의 첫 계약금이 무려 5억2000만원이고 실제 설계에 들어가는 금액만 52억원임에도 실제 계약서를 공개하지 않아 사업의 진실성이 없어 보이고, 4. 확정금리나 원금보장 등을 조건으로 계약하는 것은 유사수신행위를 저지르는 위법 행위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기사에 언급된 부동산개발사업계약서는 토지에 대한 매도인, 매수인이 결정되지 않은 일반 계약서 양식에 불과하여 계약하는 토지가 명시돼 있지 않은 것이고, 실제 설계 금액이 52억원이 아니라 5억2000만원이며, 기술용역도급계약서를 공개하고 있고, 이 업체의 영업행위가 유사수신행위가 아님이 밝혀져 이를 바로 잡습니다.

또한 21세기컨설팅주식회사는 리조트 개발사업을 위해 평창군과 협의하여 2008년 5월에 강원도청에서 사전심의를 받고 8월에 조건부 수용 상세 제안서를 첨부하여 협의요청 하였으며, 국토해양부에 정식 등록된 부동산 개발업체로서 간접투자 방식에 의해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토지를 분할하여 판매하는 기획부동산과는 무관하다고 밝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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