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침체 이후…한국경제의 생존법은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08.07.31 14:44

[글로벌 대공황,악몽이냐 가까운 미래냐]<下>해외공략...자충수될 수도

-국내 침투한 미국자본을 되사는 계기로 활용해야
-공격경영보다는 내실경영 선회 필요
-미국 카리스마 붕괴 후 '춘추전국시대' 맞이할 듯

"해외 IB(투자은행)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은 매우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 국민연금이 해외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해 현재 10% 수준에서 20%로 늘리는 방안도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이미 한국 투자공사(KIC)는 메릴린치에 투자해 발목 잡히지 않았냐. 글로벌 신용경색은 아직 바닥에 도달하지도 않았고, 글로벌 대공황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 공격적인 투자 또는 M&A(인수합병)를 펼칠 경우 커다란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한 대형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미국발 신용경색이 갈수록 그 대상과 피해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해외 금융시장 공략에 나서야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금융시스템 위기 등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배경에 깔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글로벌 신용경색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칫 공격적인 행보를 취할 경우 커다란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미국발 신용경색이 글로벌 공 황 형태로 진행되면, 공격적인 해외금융시장 공략은 커다란 재앙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미국 쇠퇴 이후
전문가들은 미국이 일순간에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기축통화를 앞세운 미국의 카리스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약화된다는 것은 세계 경제가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미국의 쌍동이 적자축소를 요구하면서 점진적인 미국의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호 의존적 경제구조 때문에 전 세계 어떤 국가도 미국의 빠른 붕괴를 원치 않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미국의 갑작스런 붕괴를 막기 위해 전 세계 차원에서 공조체제가 가동될 것이란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오승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미국 경제의 위기에 맞서 글로벌 공조체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하지만 글로벌 공조의 경우 각국의 재정정책과 연결돼 있어 과거에 비해 원활하게 가동되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불황에 빠진 것은 맞지만 여전히 탈출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봐야한다"며 "위기의 동조화 현상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미국 경제의 연착륙에 대한 기대는 현실성이 경착륙 가능성에 비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데 문제가 있다. 홍 센터장은 "미국이 초래한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 문제에 대해 사실상 해법이 없다는 게 공통의 시각"이라며 "현재의 상황에서 미국 경제가 경착륙한다면 1930대의 대공황에 필적할 만한 혼란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미국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미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은 미국의 경착륙을 막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은 달러의 기축통화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국내적인 구조조정보다는 오히려 강력한 '신보수주의적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럴 경우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라는 폭력적인 자본논리가 확산되며 전 세계적으로 영토분쟁, 민족 및 국가 갈등 확대, 보호주의 등이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 센터장은 또 "미국의 카리스마와 패권이 무너지면 향후 20여년간 급격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겪는 '이행의 시대'를 지나게 될 것"이라며 "어느 누구도 패권을 갖지 못한 채 혼란상이 지속되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국의 대응은
현재 한국 경제도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대규모 주택 미분양 사태, 중소 건설사 유동성 위기 및 제2금융권의 동반 부실, 주택 가치 및 자산가치 하락 조짐, 기업의 투자 축소 등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 공격적인 해외전략을 펼치려는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KIC, 국민연금, 금융회사들이 적극 나서 해외 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려는 시도는 현실화하고 있는 글로벌 위기를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경제위축을 맞이해 공격경영보다는 내실경영에 초점을 두고,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기업의 경우 지배구조 투명화, 경영권 안정, 생산성 향상 및 비용 절감, 연구개발(R&D) 및 블루오션 창출 등으로 승부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우량기업에 침투해 있는 미국 자본의 행보와 선택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 어려워질 경우 한국에 투자한 미국 자본은 투자보다는 배당압력을 강화하면서 단기 경영성과에 집착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홍 센터장은 "따라서 (기회가 왔을 때) 지나치게 높은 외국자본으로부터 한국 자본이 한국 기업의 지분을 되사야 한다"며 "동시에 토종 금융회사를 양성해 자금흐름 과정에서 국내적 요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권했다. 당장 자금이 없다면 연기금이나 사모펀드(PEF)를 교두보로 삼아 시간을 버는 시나리오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해외자본의 국내기업 지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미국의 위기에 따라 가장 큰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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