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상의 신용시장 "아직 목발도 못없애"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8.07.31 11:46

신용경색 1년, 은행 상각-주택 침체-디레버리지 등 난제많아

"신용시장을 지난 1년간 지탱했던 목발을 없앤 것은 결코 아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0일(현지시간) 월가 투자은행들에게까지 직접 자금을 공급해주는 긴급 대출 프로그램을 내년 1월 30일까지 연장하기로 한 결정을 분석한 로이터통신 기사의 제목이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신용위기를 수습하는 응급 처방일 뿐 이를 통해 위기가 해결되고 있지 않다는 의미였다.

연준의 이날 결정은 31일 2분기 국내총생산(GDP) 발표, 8월1일 7월 고용지표 발표에 이어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개최라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 내놓은 사전 처방약에 가깝다. 신용경색이 최악으로 치닫을 때마다 나왔던 금융시장 개입이 아니었다.

기한이 연장된 프로그램은 연준이 지난 3월 베어스턴스 유동성 위기를 제어하기 위해 시행한 기간부 국채 임대대출(TSLF)과 프라이머리딜러신용대출(PDCF)이다. PDCF는 기존 상업은행뿐 아니라 자격이 없던 투자은행들도 연준의 재할인 창구를 이용해 자금을 저리에 직접 조달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투자등급의 회사채도 담보로 받는 혁신을 취했다.

TSLF는 정부가 공인한 20개 국채딜러(프라이머리 딜러)를 상대로 매주 경매를 열어 28일 만기로 국채를 빌려주는 것을 일컫는다. 이때 등급이 우량한 모기지담보증권(MBS)도 담보로 허용하고 있다.

연준은 "이번 결정은 금융시장이 중앙은행의 도움없이는 여전히 취약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지원이 필요없을 정도로 시장이 회복된다면 두 제도를 폐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에 대해 베어스턴스에 이어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에 대한 지원 이후에도 금융시장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뉴저지에 위치한 채널 캐피털 리서치의 더그 로버트 수석 전략가는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을 주긴 하겠지만 환자(금융시장)가 퇴원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의 긴급 유동성 대출 제도는 시장의 스트레스를 조금 해소할 것이다. 그러나 구조를 바꾸는 게 아니고 강도를 일부 조절하는 정도"라고 분석했다.


실제 신용위기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표중 하나인 'TED 스프레드'는 좀처럼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파생된 신용위기가 여전히 위험 수위에 있다는 증거다. TED 스프레드는 3개월 리보(LIBOR, 런던은행간금리)와 3개월 만기 미국 국채수익률의 격차로, 지난해 여름 신용경색이 터지기 전에는 25bp 정도였다. 2월에는 20bp가 안될 정도였다. 그러나 올 3월 베어스턴스 위기시 203bp 까지 확대됐다.

현재 TED 스프레드는 100bp 전후다. 뉴욕에 있는 금융회사인 4캐스트의 루디 나르바스 애널리스트는 "금융시장 체력이 여전히 매우 허약하다. TED 스프레드 등을 보면 최악에서 다소 완화됐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계 금융기관들이 입은 손실과 단행한 상각은 지금까지 4800억달러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 규모가 1조달러까지 불어날 수 있다고 예상하는 상황이다.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도이치뱅크의 전략가인 프랜시스 야레드는 "추가적인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 전망을 볼 때 금융기관들의 자본 확충은 이제 절반 정도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심각한 침체를 보이는 주택 경기가 신용위기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난 5월 미국 국책 모기지업체인 패니매가 보증한 모기지대출에 대한 체납률은 1.3%로 4월 1.22%에서 크게 증가했다. 주택판매, 주요 20대도시 주택가격 지표(케이스-실러지수), 차압건수 등 주요 주택 지표는 연이어 바닥 형성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신용 버블 국면에서 모기지시장 등으로 부풀려 나간 막대한 유동성은 신용경색으로 대대적인 복귀(디레버리지)에 나선 상황이다. 이는 시중자금의 감소를 의미하며, 연준의 위기 해결 노력에 큰 장애물로 지목되고 있다.

도이치뱅크는 이번주 리포트에서 "디레버리지로 인해 비은행 업종에도 막대한 신용공급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2010년까지 미국의 경우 15%, 유로지역은 12%의 신용 감소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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