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한국 정부에 '발칙한' 서한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오상연 기자 | 2008.07.30 20:04

"외은 매각 차질땐 거액 소송"… 오늘 계약 만료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승인 심사가 지연돼 HSBC와 계약이 파기될 경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취지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금융회사가 당국의 결정 지연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어 론스타가 계약만료일(7월31일)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 금융당국을 흔들기 위해 '발칙한' 도발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론스타의 편지=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는 이달 중순 금융위원회에 서한을 보냈다. 여기에는 외환은행 매각승인 절차가 이뤄지지 않으면 소송절차를 밟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론스타가 HSBC의 외환은행 인수계약과 관련, 정부의 승인심사 절차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말했다.

론스타는 심사 지연시 계약을 파기하고 보유지분 51%를 '일괄매각'(블록세일)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HSBC와 계약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을 처분할 수밖에 없고 그 차액만큼 손해배상을 청구키로 했다는 얘기다. 손실 추정액은 20억달러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문제의 서한을 접수한 뒤 지난달 21일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외환은행 매각승인 검토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정했고 25일 이를 공식 발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론스타가 소송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며 "론스타의 압박으로 외환은행 매각승인 심사에 착수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송 가능한가=국가나 행정기관이 적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재산상 피해를 본 경우 '부작위'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다. 또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본 경우도 마찬가지다.

법조계는 그러나 이번 사례는 재판이 성립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금융위의 행정절차가 일정 기간에 마무리돼야 한다고 명시되지 않은 탓이다.

국내 로펌의 한 변호사는 "금융위는 외환은행과 관련한 재판이 확정되기 전까지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부작위나 불법성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국내 영업소가 없는 해외법인이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담보예치를 해야 한다"며 "그런 부담까지 안으면서 소송을 제기하려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은행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은 미국이 한국보다 더 까다로울 것"이라면서 "규제당국의 정책적 판단에 대해 손배소를 제기한다는 발상은 너무 무모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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