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푸틴 요소' 경제불안 키운다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08.07.30 15:58

해외업체 메첼 탈세문제 직접 언급에 관련주 급락, 투자의지 냉각 우려

지난 5월 연초 대비 주가가 20% 넘게 급등하면서 각광받던 러시아를 바라보는 해외 투자자들의 시선이 날로 싸늘해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말 한마디에 증시가 춤추고 외교 마찰로까지 치닫고 있는 영국·러시아 합작 석유기업 TNK-BP 사태로 러시아 투자에 대한 불안심리가 가중된 때문이다.

▲ 상반기 러시아 증시
러시아의 RTS지수는 최근 일주일간 연일 하락세이다. 지난주말 115.41포인트(5.58%) 떨어지며 6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데 이어 28일에도 22.55포인트 하락,1928.74로 마감한 것.

◇ 푸틴 말한마디에 증시 출렁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 약세 외에 철강업체 메첼(Mechel)과 관련한 정치권의 개입 등이 최근 러시아 증시의 급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푸틴 총리는 메첼이 탈세를 목적으로 해외 수출용 원자재 가격을 국내 가격의 절반으로 매기고 있다며 이고르 주진 메첼 대표를 고소했다. 주진은 110억달러의 자산을 소유한 러시아 12위 부호다.

푸틴은 24일 러시아 산업계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않은 주진 대표를 향해 "주진 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위해) 가능한 빨리 병에서 회복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탈세) 문제 해결을 위해 의사라도 보내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푸틴의 말 한마디에 뉴욕증시에서 메첼 주가는 일주일도 안돼 50% 가까이 하락했다. 또 잔뜩 겁을 집어 먹은 메첼은 "원자재 가격에 대한 정부 측의 문제 제기에 동감한다"며 "우리는 항상 정부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바짝 몸을 낮췄다.

그러나 푸틴 발언의 후폭풍은 거셌다. 이날 모스크바 증시에서 러시아 1위 철강회사인 세버스탈은 12%, 런던 증시에서 러시아 2위 철강업체 에브라즈는 14% 각각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 푸틴, 서방 기업에 경고 효과 노렸다

전문가들은 푸틴이 이번 일을 통해 러시아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원자재 산업에 뛰어든 서방 기업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효과를 노렸다고 분석하고 있다. 서방기업의 투자는 받아들이지만, 주도권은 어디까지나 러시아 정부에게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킨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계 인사는 "이번 일은 러시아에 투자하고 있는 서방 기업들에게 언제든지 정치 변수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며 "푸틴은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기업이라도 큰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도 이번 일에 대해 "푸틴이 입을 열면 투자자들은 귀를 기울이고, 누군가는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고 보도했다. 푸틴이 지난 5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총리직을 맡았지만 러시아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여전히 절대적이라는 평가다.

◇ 외교적 마찰로 치닫는 TNK-BP사태…불안감 가중

여기에 외교 마찰로까지 치닫고 있는 러시아 3대 석유기업 TNK-BP사태도 투자가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영국의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러시아 에너지 기업 TNK와의 합작회사인 TNK-BP의 로버트 더들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러시아 당국이 비자 갱신을 거부하면서 24일 러시아를 떠났다.

더들리가 러시아를 떠나면서 러시아 측 주주들이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더 나아가 러시아 국영 기업이 그 회사를 인수하면서 결국 이번 사태가 해결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TNK-BP나 메첼 사태로 인해 해외 투자가들의 러시아 투자 의지가 꺾일 수 있고 주식 시장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3. 3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4. 4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5. 5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