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백수를 면할 기회가 있었다. 애초 그가 노렸던 취업목표는 언론사. 수십 군데 낙방을 거듭하다 결국 2006년 말 한 신문사에 합격했다. 그 사이 대기업 몇 군데도 붙었지만 언론사 입사를 위해 포기했다. 하지만 두 달이 채 안 돼 언론사를 그만뒀다. 이유는 간단하다. 개인시간이 너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기자생활의 현실을 모르고 막연하게 동경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자직을 그만 두었다"고 말했다.
송씨는 지금 치열한 경쟁을 피하면서 여유가 있고 적당한 보수와 함께 공익에도 도움이 되는 일을 원하고 있다.
그는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 방을 잡고 행정고시 준비를 시작했다. 술과 온라인게임의 유혹도 잘 참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쉽게 통과할 줄 알았던 올해 1차 시험에서 떨어졌다.
"나이 서른 문턱에 닿고 보니 불안감은 더 커졌습니다. 행정고시 공부 말고도 영어에 정보처리기사 준비까지 닥치는 대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는 공부장소도 부모님 집으로 옮기고 전방위적 취업준비에 돌입했다. 그렇다고 '닥치는 대로' 원서를 내는 것은 아니다. 한차례 직장경험은 그의 꿈과 거리가 멀었다. 이제 송씨는 아주 신중하다.
그가 사회 진출을 주저하는 사이 경제적 책임은 여전히 부모님이 지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대형 건설회사 부장으로 있다가 IMF 직후 명예퇴직하고 현재 소규모 건축감리회사에 다닌다. 수입은 대기업 대졸초임 수준이다.
따라서 송씨는 취업으로 경제적 자립을 하고 싶어 한다. 한 사람의 직장인이 되는 것이 그의 간절한 목표다.
그러나 빡빡하고 힘든 직업은 싫다. "사실 또 시험에 붙어 취업을 한다 하더라도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까 두렵다. 솔직히 내가 원하는 일에 딱 맞는 직업을 나도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당장 굶어 죽을 정도는 아니기에 일단 탐색기를 더 가져보자는 전략이다.
그는 이어 "요즘 동네 도서관을 가도 중고생이 아니라 재취업과 각종 자격증 준비를 하는 성인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니는 선후배들도 사표를 내려는 경우가 많다"며 '백수의 다양화' 현상을 전했다.
"택시비도 없는데 차 끊기기 전에 들어가야죠" 그는 묵직한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취업은 해야겠지만 선뜻 사회로 뛰어들기에는 두렵고, 나름의 직업상은 있지만 현실에서 마땅히 해당 직업을 찾을 수 없는 송씨는 꿈과 현실 사이를 오늘도 힘겹게 오가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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