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허울을 벗기다

백경숙 리브로 MD | 2008.08.13 16:30

[머니위크 Book]다시 발전을 요구한다

1차 세계대전 후 경제적ㆍ정치적 불안 속에서 보호무역주의는 세계 무역 시스템을 붕괴시켰고 대공황을 장기화시켰으며, 유럽에서는 파시즘의 발흥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2차 세계대전까지 이어지는 정치적ㆍ경제적 불안 속에서 산업 국가들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과 '세계무역기구'를 통해 무역 자유화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자국의 산업을 탈규제화하고 민영화하여 오늘날까지도 큰 번영을 누리고 있다. 공무원 구조조정, 공기업 민영화, 금융산업 재편, FTA의 문제 등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또한 경제번영을 위해 시장자유주의로 넘어가면서 열병을 앓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과연 1980년대 영국 대처 수상이 말했던 것처럼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일까? 장하준의 경제정책 매뉴얼인 <다시 발전을 요구하다>는 25년 동안 경제발전 정책 논의를 지배한 신자유주의 교리에서 벗어난 새로운 경제 부흥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어떻게 개발도상국을 질곡에 빠뜨렸는지를 진단하고 바람직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 대안들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주목할 만하다.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은 영국, 미국 등 국가가 세계 경제에서 선도적 지위에 오른 이유로 자유시장정책을 꼽고 있다. 지금까지 개발도상국들은 국가개입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너도나도 선진국의 자유시장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책은 자유시장의 미덕을 소리 높여 찬양하는 그들이 실제로는 금융위기를 방지하고 국가 이익을 위해 기꺼이 시장에 개입하거나 재조정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 예로 미국정부가 크라이슬러에 대한 구제(1980), 저축대부은행 사태(1998), 항공산업 구제 조치(2001) 등의 공적 지원을 했었던 것처럼 말이다.

신자유주의를 표방했던 개발도상국의 현재 상황은 훨씬 더 나쁘다. 국가 1인당 GDP 성장률이 이전 20년 동안보다 신자유주의시대에 평균적으로 크게 저조했던 통계를 통해 그 사실이 정확하게 입증된다. 또 급속하게 떠오르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경제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종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며 이 책은 신자유주의의 실제적 성과를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소유 구조, 경영, 인센티브, 시장구조 등의 문제로 인해 우리나라 국영 기업도 거센 반대에 맞서 민영화를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쇠고기 광우병으로부터 시작되었던 촛불집회에서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그야말로 끝을 모르는 물가 상승으로 인해 불안에 떠는 서민들과 민영화를 그대로 밀어붙이려는 정부와의 충돌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발전을 요구하다>는 현재 국영기업의 민영화로 인해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사회에도 합리적 판단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 정부 통제하에 있어야 할 상수도 시스템 등을 민영화 했던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큰 고통을 입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민영화로 인해 타격을 입게 될 취약한 계층에게 보상해 줄 예산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는 민영화 대신 국영기업의 조직개혁을 통한 실적 개선을 해결책으로 내 놓았다.

이 외에도 무역과 산업, 지적재산권, 민간자본의 이동, 금융규제와 거시경제학에 대한 간명하면서도 건설적인 대안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세계화라는 이름 아래 무차별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오늘날, 이 책은 경제불황의 마지막 탈출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이다.

장하준, 아일린 그레이블 지음/ 이종태, 황해선 옮김/ 부키 펴냄/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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