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투쟁'보다 '생존' 택했다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 2008.07.30 16:09

노사 임단협 첫 타결...차업계 노사협상 물꼬?

쌍용자동차 노사가 업계에서 가장 먼저 올 임단협을 끝냈다. 하반기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내용의 '노사 공동선언문'도 채택, 사인했다.

사측은 최악의 경영여건을 들어 노조측에 협조를 구했고, 위기의식을 느낀 노조는 중국 상하이차그룹까지 찾아가 '대주주로서의 책임감'을 확인한 뒤 손을 내밀었다. 위기의 순간, '생존'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는 교훈을 재확인한 셈이다.

쌍용차의 임단협 타결은 차업계 노사협상의 첫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향후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쌍용차가 상대적으로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는데다 실적과 근로조건 등 사별로 입장이 크게 달라 큰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위기의 순간 "투쟁보다 생존 택했다"

쌍용차 노조는 29일 실시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투표인수 대비 64.73%의 찬성으로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가결했다. 합의안은 △기본급 6만2000원 인상 △격려금 및 생산장려금 각각 100만원 지급 등이 주요 골자다.

기본급은 금속노조의 가이드라인 13만4690원의 절반에 못 미친다. 격려금과 생산 장려금은 매년 임협에서 관례처럼 자리 잡아 별다른 의미를 갖지 않는다. 쌍용차 노조는 지난해에도 금속노조의 12만8805원 기본급 제시안을 고집하지 않고 기본급 5만원 인상에 합의했다.

박화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쌍용차 노사가 합의한 기본급 인상폭은 5% 안팎으로 추정된다"며 "업계 노사협상 관행으로 볼 때 크게 부담스런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쌍용차 주주 입장에서 임단협의 장기화는 가장 피해야 할 사안"이라며 "이제 판매 확대를 통해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일만 남았다"고 부연했다.

SUV 모델이 유난히 많은 쌍용차는 경유값 폭등으로 올해 들어 극심한 판매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6월에는 급기야 판매량이 1902대로 전년 동기대비 34.5% 급감했고 국내 시장에서 3.4%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판매가 급감하자 쌍용차는 지난 5월 주야간 2교대제로 운영되던 생산라인을 야간 1교대제로 바꾸는 감산 처방을 내렸다. 이달 말부터 3주간 도장 공장 라인을 교체하며 이 과정에서 생산을 중단하는 휴식기를 갖는 등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현대차 등 타사 임단협에 영향 미칠까

이제 관심은 현대차를 비롯한 기아차, GM대우 등 나머지 업체들의 임단협으로 모아졌다.

그중에서도 금속노조의 핵심 사업장인 현대차의 노사협상에 어떤 영향을 줄 지에 가장 관심이 높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현재 여름휴가를 보내며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조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하면서도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경영 실적이 나쁘지 않은데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투쟁의 동력을 현대차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는 현대차를 각종 파업과 투쟁 수위를 조절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GM대우는 금속노조 중앙교섭 참여에 노사가 의견접근을 이루고 임금인상 폭도 어느 정도 좁힌 것으로 알려져 하계휴가 이후 재개될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빨리 타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쌍용차 사례는 '기업이 생존해야 노조도 생존한다는 단순한 논리를 입증해주고 있다"며 "삶의 터전까지 흔드는 강경 투쟁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수홍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의 구조조정이란 회사가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지지 않으면 잘 실현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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