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너무 앞서나간 운용전략 공개?

머니투데이 김성호 기자 | 2008.07.29 17:34
국민연금 운용수익률 제고를 고심해온 박해춘 국민연금 이사장(사진)이 29일 취임 후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갖고 2012년까지 국민연금 장기 운용전략을 비교적 상세히 밝혔다. 2012년까지 주식운용 비중을 40%까지 높이고 운용시스템을 혁신하며 민영화대상 기업과 금융사에도 적극 투자한다는 것 등이 골자다.

그러나 기금운용의 핵심인력인 기금이사(기금운용본부장) 자리가 아직 공석인데다, 내년 운용조직이 기금운용공사로 독립돼 나가야 하는 변수도 있어 부자연스럽게 앞서나간 전략 발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장은 공석중=현재 국민연금의 기금이사 자리는 공석인 상태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초 신임 기금이사 공모를 실시해 최종 후보를 선출했으나 보건복지가족부가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거부함에 따라 현재 두 번째 공모를 진행 중이다.

박해춘 이사장은 "현재 15명가량이 공모에 참여했다"며 "빠르면 내달 중에는 기금이사를 선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금이사는 230조원에 달하는 기금운용을 책임지는 수장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기금이사의 공백이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전체 기금운용에도 차질을 빚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이처럼 전체 기금운용의 핵심이 기금이사가 공석인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장기 운용전략을 발표하는 것이 부자연스럽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박 이사장은 "기금운용이 기금운용본부장만의 역할은 아니다"며 "지금까지는 기금이사 중심으로 기금이 운용돼 왔는데, 시스템적인 접근이 미흡했던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이어 "기금의 규모가 커진 만큼 한사람이 이를 결정하는 시대도 지났다"고 말하며, 이사장이 기금운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뜻을 내비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박 이사장이 말한바와 같이 기금운용은 어느 한사람이 판단해 될 일이 아니지만 현재 기금이사가 공석인 상태에서 굳이 현 시점에서 장기 기금운용 전략을 발표할 필요가 있었는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립될 기금운용공사에도 영향줄까 =국민연금의 이번 기금운용 전략발표는 내년에 설립되는 기금공사의 투자방향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국민연금 운용의 효율성과 전문성,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법을 개정, 운용조직을 내년 기금운용공사라는 별도조직으로 독립시키기로 했다. 기금운용공사는 국민연금의 여유자금을 맡아 운용하게 되며, 정부와 민간인으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가 정책 수립 및 감독을 맡게 된다. 정부의 입김을 최소화 해 운용의 독립성을 키운다는 것이 기금운용공사 설립의 취지라고 할 수 있다.

기금운용공사 설립을 앞둔 시점에 국민연금의 장기운용전략을 수립, 발표돼서 기금운용공사의 운용자율의 공간이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2012년까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전략을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기금운용공사와 상관없이 현재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전략을 발표한 것이라고 했지만 "내년에 설립될 기금운용공사 입장에선 박 이사장 취임 후 수립된 운용전략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투자관심 대상 대량 공개.."이례적"= 박 이사장은 국민연금운용 전략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민영화 대상 은행, 구조조정완료 기업, 부동산 등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우리금융,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최근 민영화 대상 관심을 끌고 있는 몇몇 금융사는 물론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 매각이 예정된 구조조정완료기업의 지분매각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증권 및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지분투자가 임박한 것도 아닌데 관심가는 투자대상을 한꺼번에 조목조목 열거하는 자체를 이상하게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대상은 물론 시장에 대한 코멘트까지 아끼는 국민연금이 이처럼 직접 투자대상을 언급하기는 이례적"이라며 "투자의 큰 손인 국민연금이 투자한다고 하니 일반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겠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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