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이명박 정부의 외교력 부재를 탓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외교 인적자원을 얼마나 활용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경제력=국력'이 된 요즘 기업가, 경제인은 국제외교의 핵심 자원이 됐지만 오히려 외교 분야에서 활약해줄 경제인은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다.
국제 스포츠 외교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도 이런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13억 인구를 가진 이웃나라 중국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은 한국과 한국 기업의 이미지를 한껏 드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의 영향력에도 위기 신호가 오고 있다.
한 때 3명의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위원을 두고 스포츠강국을 자랑했던 한국은 이제 이건희 전 삼성회장만이 유일한 IOC 위원으로 남았다. 2005년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이 물러났고 지난해 9월 국제유도연맹(IJF) 회장을 맡았던 박용성 위원마저 사퇴했기 때문이다.
IOC 위원의 자리는 단순히 스포츠 외교의 한 축을 넘어서 그 나라의 또 다른 외교 대사의 역할을 한다. 그런 이유로 IOC 위원은 국빈급의 의전을 받는다. IOC 위원은 해외여행때 입국비자가 면제되며, 호텔에 묵을 때는 해당국 국기가 호텔 앞에 게양된다.
또 업무에 관한 한 소속 정부로부터 아무런 구속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움직일 정도로 영향력이 있다. 그만큼 IOC위원의 국제적 의미가 크다는 얘기다. 이 전 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 등으로 공판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IOC 위원 자격으로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을 보류했다. 참석하고 싶어도 여론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는 셈이다.
유일하게 남은 한 명의 IOC위원이 이웃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는 현실은 스포츠 외교에 뼈아픈 기록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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