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브릭스, 투자자들 짐싼다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08.07.28 16:45
- MSCI 월드인덱스 고점 대비 20% 하락
- 러시아 브라질 증시 5월 한달 반짝 했을 뿐
- 중국 인도는 최악의 상반기 보내

23개 선진증시의 주가 동향을 반영하는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월드인덱스가 이달들어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20% 하락하면서 공식적으로 베어마켓(약세장)으로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증시가 최악의 상반기를 보낸 것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도 27일(현지시간) 국제거래소연맹(WFE)의 자료를인용, 전세계 50개 주요 시장의 6월말 시가총액이 지난해 10월 말에 비해 10조달러(17%) 가까이 줄어든 52조6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 증시 투자 안전지대, 브릭스(BRICs)

이 가운데 국내에선 대표적인 이머징 마켓 국가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일컫는 브릭스(BRICs)의 증시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을 올렸다는 입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브릭스 증시를 투자 안전지대로 인식했고, 투자자금이 몰려들었다.

▲ 올 상반기 브라질 증시

브라질의 보베스파 지수는 지난 1월 21일 5만3709.11을 기록한 뒤 5월 20일 7만3516.81을 기록할 때까지 파죽지세의 기세로 상승세를 달렸다. 증시 투자자들은 세계 증시의 침체 속에서도 선전하는 브라질 증시에 열광했고,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급등이 자원 부국 브라질 증시를 이끌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로 모간스탠리가 집계한 자원부국지수(Resource Rich Countries Index)에서 브라질은 24%로 1위를 차지하며 이 같은 전문가들의 분석에 부응했다.

자원부국 러시아도 브라질 증시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올해 1월 1600선 이하로 하락했던 러시아 MICEX지수는 5월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 올 상반기 러시아 주가

유가 급등으로 세계 투자지장에서 원유 부국 러시아의 입지가 강화되면서 러시아 증시는 상승세를 탔고, 5월 19일에는 1월 저가 대비 20% 넘게 급등한 1956.14를 기록했다.

이 같은 러시아-브라질 증시의 급등으로 국내에선 이들 국가의 앞이름을 딴 러-브펀드 상품이 인기를 얻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6월들어 급반전되기 시작했다. 원유 등 상품가격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데 반해, 자원 부국 브라질 러시아 증시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자원 보유와 주가와의 상관관계 공식이 무참히 깨어져 버린 것이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지난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광산업체인 메첼에 대한 조사를 요구함에 따라 러시아 증시의 단골 악재였던 정치 리스크가 다시 한번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브리티스페트롤리엄(BP)의 러시아 합작사인 TNK-BP의 로버트 더들리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러시아 정부가 사업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러시아를 일시적으로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리델 리서치 그룹의 데이빗 리델 사장은 "최근 러시아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투자자들에게 정치적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면서 "유코스 사태가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주주들의 가치가 정치적 공격이나 개입에 의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 도움 안되는 중국 증시, 최악의 상반기

상반기 한때 반짝했던 브라질 러시아 증시와 달리 중국 증시는 전세계 증시와 마찬가지로 최악의 상반기를 보냈다.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50% 이상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그냥 '약세장'이 아니라' 초약세장'이다.

▲ 지난 10월 이후 중국 증시

특히 그동안 '비유통주'로 묶여 있던 주식들이 3월들어 본격적으로 '유통주'로 증시에 쏟아져 나오면서 주가 하락세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2~3월 두달 간 3800억 위안 상당의 비유통주가 유통주로 전환됐고, 4월에는 1560억 위안, 5월에는 2046억 위안의 비유통주가 거래 되면서 중국 증시에 큰 타격을 입혔다.

올해 유통주로 전환되는 주식은 3조111억위안으로 작년보다 30.3% 늘어날 전망이어서 '유통주 전환'은 올해 내내 중국 증시의 잠재적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궈진증권의 천둥 애널리스트는 "비유통주 물량이 올 초 한꺼번에 풀리면서 주가 하락을 이끌고 있다며 "특히 5% 미만의 비유통주를 소유했던 주주들이 기다렸다는 듯 한꺼번에 매도에 나서며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시가 상승할 때 유통물량은 과열을 잠재워 버블을 막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지금처럼 주가가 급락할 때 풀리는 비유통주는 수급 악화를 가져와 급락을 부채질한다. 풀리는 주식의 규모가 워낙 커 심리적인 부담은 훨씬 클 수 밖에 없다.

◇ 인플레이션 압력에 맥 못추는 인도 증시

인도 증시도 중국 증시와 마찬가지로 최악의 상반기를 보냈다. 인도 증시를 브릭스 증시에 포함시키는 것이 난감할 정도였다.

선섹스지수는 올 상반기 33.64% 급락해 사상 최악의 반기 성적을 냈다. 선섹스지수는 올초인 1월 8일 사상최고치인 2만873.33까지 상승했지만 글로벌 신용위기와 경기침체,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약세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급락에도 불구하고 향후 전망도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UBS은 인도 선섹스 30지수의 올해 12월 전망치를 당초 1만9600보다 21% 하향한 1만5500으로 지난 18일 하향 조정했다.

UBS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으며 결국 금리도 인상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전망치 하향 이유를 제시했다.

인도 증시 하락의 주요 원인은 역시 '인플레이션'이다. 지난달 이미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한 인도 중앙은행은 조만간 다시 한번 금리 인상을 단행할 전망이다. 지난 12일로 끝난 한주간 도매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11.89%나 올라 긴축 고삐를 죄지 않으면 안 되는 급박한 상황인 것이다.

애당초 지난 상반기 브릭스 증시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월 한달간 유가 호재를 등이 업은 러시아-브라질 증시의 반짝 상승이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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