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이윤열,"다신 슬럼프 안 만든다"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 2008.07.30 12:41

[프로의세계]이윤열 위메이드폭스 프로게이머

↑ 사진=이명근 기자

"잘 풀렸으니 프로게이머지 안 풀렸으면 PC방 폐인이야!"

얼마 전 TV프로그램에서 거침없는 독설로 유명한 개그맨이 프로게이머 이윤열(24·사진)에게 던진 말이다. 앳되보이는 얼굴이지만 어엿한 프로게이머 8년차인 그는 그저 운이 좋았던 게이머가 아니었다. 그의 이야기 속에는 프로 근성이 가득 녹아있었다.

"프로는 절제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안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원인을 자신으로부터 찾고 겸손해야지요. 자만하면 그 순간 끝이에요."

'천재테란'이라고 불리는 그는 우리나라 e스포츠계에서 손꼽히는 최고의 선수다. 스타리그 3회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골드마우스 최초 수상, KPGA 투어 최초 3연패 등 우승경력이 많아 '밥먹고 우승만한다'고 할 정도. 지난 8월에는 연봉 2억5000만원으로 3년 계약을 맺어 현역 프로게이머 연봉왕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천재'라는 타이틀은 99%의 노력이 일궈낸 결과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스타크래프트를 접했던 그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게임을 할 수 있는 컴퓨터도 없었다.

"게임방법도 잘 몰라서 놀림을 받기도 했어요. 자존심이 상해서 '두고보자'는 생각으로 게임을 했죠. PC방이 새로 오픈하면 한 시간을 공짜로 줬는데 더하고 싶어서 옷 갈아입고 변장하고 가기도 했고요.(웃음)"


승부욕이 강했던 그는 끈질기게 게임 속으로 파고들었다. "어머니께서 IMF 사태 때도 김밥 한줄로 잔업을 꿋꿋이 버텨내셨는데 제가 그 끈기를 닮은 것 같아요. 패배하면 베개에 화풀이하면서 진 이유를 밤새 생각했어요. 졌던 상대는 기억해뒀다가 다음번에 만나서 이겨야 직성이 풀렸죠."

작은 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자 그는 전국의 게임대회가 열리는 곳이라면 홀로 찾아다녔다. "서울에서 1차전을 탈락하고 막차로 내려오는 길에 배가 고파 햄버거를 사먹으며 우울해했던 기억이 나네요. 탈락도 많이 했지만 '다음엔 이겨야지'하고 다짐했어요. 그땐 꿈이 있어서 행복했죠."

↑ 사진=이명근 기자

이제 프로게이머 중에서도 '노장'선수로 자리 잡은 그는 다음 시즌을 위해 하루 10~11시간의 연습을 강행하고 있다. "보통 새벽 1시까지 연습하고 시즌 중에는 대회와 연습의 연속이라 쉴 틈이 없어요. 18살 때부터 숙소생활을 시작해서 답답하기도 하죠. 하지만 제일 좋을 때는 쉴 때가 아니고 이길 때에요. 아무리 힘들어도 대회에 나가면 다 풀려요."

막 자라나는 신인선수들이 치고 올라오는 냉혹한 게임세계에서 지난해 부진한 성적을 냈던 그는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이다. "반짝하던 인기가 사라지는 것을 느끼고선 이를 악물었습니다. 최경주 선수가 슬럼프는 자기가 만드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슬럼프라고 생각하면 더욱 빠져들지요. 이제 두 번 다시 슬럼프를 만들지 않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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