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치밀한 노림수 있었나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서명훈 기자 | 2008.07.27 22:27

'외환은행 매각 승인 심사' 오락가락 행태 논란

① HSBC 계약연장 유도
② 인수승인 밀약설 무마
③ 손배訴등 후폭풍 차단

최근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 매각승인 심사에 착수한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심사를 하지 않는다는 종전 입장을 감안할 때 론스타의 '압박전략'에 금융위가 무릎을 꿇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선 금융위의 고도의 전략이 숨어있다고 분석한다. 양측이 고도의 두뇌싸움을 벌였다는 얘기다.

◇계약 연장용 발언(?)=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 "외환은행 매각이 너무 지체됨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 부담을 주는 측면이 있는지 부작용과 대응책을 고려하겠다"고 말했고 한달 뒤에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해결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며 더 나갔다.

모두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와야 한다는 이전 방침과 다른 발언이었다. 왜 갑자기 이런 얘기를 했을까.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발언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론스타와 HSBC가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차라리 국민·하나 등 국내은행에 넘기는 게 낫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HSBC 내부에서조차 브랜드가치 훼손을 감수하면서까지 외환은행 인수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는 후문이다.

결국 금융위가 HSBC와 론스타간 계약 연장을 유도했다는 해석이다. 전 위원장의 발언 직후 금융위의 의도(?)대로 양측은 매각계약 기한을 3개월 연장했다.

◇'밀약설' 무마용(?)=전 위원장은 지난 6월초 한 강연에서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고 국익과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한다고 해도 국민의 정서를 감안해 충분히 공감을 얻겠다"며 이번에는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같은달 20일에는 "외환은행 헐값매각 재판의 1심판결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분명한 신호를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조기매각 승인설에 쐐기를 박았다.

당시는 촛불집회가 한창인 시점이었다. 촛불의 위력에 눌린 금융위가 여론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에서 쇠고기 문제 외에도 론스타 문제 해결까지 약속한 게 아니냐는 루머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금융위 관계자는 "당시 외환카드 주가조작사건 2심에서 유죄가 나와도 론스타가 항고를 포기하는 대신 금융위가 HSBC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할 것이라는 '밀약설'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국정부가 무작정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이를 차단할 필요가 있었다는 말이다. 외환카드 주가조작사건 2심의 '무죄' 판결은 6월24일 나왔다. 우연치고는 발언시점이 절묘하다.

◇부작위 소송 차단용(?)=매각승인 심사 착수는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시점에 이뤄졌다. 당장 이를 두고 론스타가 '손해배상소송' 카드를 던졌고 이에 굴복했다는 비난이 나왔다.

론스타는 심사 지연시에는 계약을 파기하고 보유지분 51%를 '블록세일'하겠다고 금융위에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론스타는 HSBC와 계약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을 처분할 수밖에 없다. 그 차액만큼 한국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것.

법조계 한 관계자는 "론스타와 HSBC가 한국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계약을 파기해 피해를 입었다면 '부작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정황은 된다"고 설명했다.

'소송'의 후폭풍은 생각보다 거셀 수 있다. 국제 금융계에서 '외국자본을 차별하는 국가'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는 탓이다. 이러면 금융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공약도, 수년간 추진해온 동북아 금융허브의 꿈도 모두 날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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