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재벌, 증자·감자만 잘하면 된다?

머니투데이 전필수 기자 | 2008.07.27 14:50

[코스닥재벌의 모럴해저드-上]김용빈씨, 대규모 적자에도 4년만에 상장사만 3개

증자와 감자만 잘하면 성공한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다?

코스닥시장이 좀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일부 코스닥기업들은 매년 적자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 외형을 키우며 '재벌화'하고 있다. 주주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단행, 인수대금을 마련하는 식이다. 적자가 누적돼 유상증자가 여의치 않으면 전격적으로 감자를 단행, 재무구조를 개선한다.

이런 식의 외형성장을 들여다보면 인수한 기업들은 모두 적자투성이 기업이다. 공장 등 팔 자산이 있으면 매각하거나 분할한다. 대신 엔터테인먼트, 해외자원개발사업 등 코스닥에서 먹히는 테마를 추가해 '거품'을 일으킨다. 새로 인수한 기업들도 증자를 통해 자금을 모은다. 물론 감자도 뒤따른다.

코스닥이 지난해 대세상승장에서 코스피보다 덜 오르고, 올해 더 많이 떨어진 것도 이 처럼 시장을 어지럽히는 기업들이 활개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안팎에서 코스닥시장 건전화를 부르짖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아직 코스닥을 '머니게임'의 장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이유다. 코스닥시장의 신뢰가 떨어졌는데, 건전한 투자자들이 찾아올 리 없다는 지적이다.

◇ 대규모 적자행진에도 문어발식 사세 확장한 케이앤컴퍼니
2004년 비젼텔레콤을 인수해 코스닥에 진출한 김용빈 케이앤컴퍼니 부회장은 30대 중반의 나이에 코스닥 상장사만 3개를 거느린 어엿한 중견 기업인이다.

김 부회장은 2004년 비젼텔레콤 대표로 취임 후 회사명을 케이앤컴퍼니로 바꾸고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가 됐다. 김 부회장은 케이앤컴퍼니 유증 실권주 210만주를 주당 100원에 인수, 21억원의 돈으로 21.70%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후 2006년2월 케이앤컴퍼니 명의로 휴림미디어를 인수해 자회사 케이앤엔터테인먼트를 우회상장 시켰다. 당시 케이앤컴퍼니는 휴림미디어 최대주주 지분 174만주(5.02%)를 주당 2471원에 매입했다. 21억원을 주고 산 회사 돈 43억원을 들여 새 회사를 인수한 것.

올 2월에는 에스제이윈텍을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유라시아투자홀딩스를 통해 인수했다. 유라시아투자홀딩스는 에스제이윈텍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85억원 규모로 참여, 지분 34.05%를 확보했다.


몇 년 새 상장사 2곳을 인수했지만 케이앤컴퍼니도 실상은 전형적인 적자기업이다. 김 부회장에 인수된 첫해인 2004년 케이앤컴퍼니는 매출 44억원에 순손실 56억원, 2005년 매출 55억원에 순손실 16억원을 기록했다. 2006년 순익 6억원을 기록, 잠시 턴어라운드를 하는 듯하더니 2007년 매출 84억원에 순손실 122억원을 기록했다.

◇ 적자와 기업 확장과는 무관?
적자기업이 다른 기업을 M&A(인수합병)하는 것은 코스닥에서 보기 힘든 일은 아니다. 최근 M&A를 하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인수자측이나 피인수자측 모두 적자인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본사의 내실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한 M&A는 탈이 나기 마련이다.

지난해 5월 나스닥 자일랜 신화로 유명한 김정실씨로부터 썸텍(현 쿨투)를 인수한 이응배 사장은 바로 M&A부터 시작했다. 인수대금을 채 치루기도 전인 6월 온라인게임 아이템거래 사이트로 유명한 아이템베이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후 아이템베이를 통해 코스닥상장사 태화일렉트론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아이템베이를 우회상장 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계약은 썸텍 주가가 급락하면서 무산됐다. 태화일렉트론 인수 자금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했지만 주가 급락으로 유증이 무산됐고 결국 인수도 물거품이 됐다. 이러는 사이 쿨투는 지난해 12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2006년은 18억원 흑자였다.

쿨투는 올 3월 130여억원에 삼성수산을 인수하며 다시 왕성한 M&A 식욕을 보였다. 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쿨투는 최근 삼성수산 지분 12.90%(150만주)가 담보제공에 따른 대물변제로 처분됐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쿨투의 삼성수산 지분은 28.3%에서 15.4%로 낮아졌다. 현 주가는 쿨투의 인수가인 주당 1500원의 절반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삼성수산을 쿨투에 넘긴 고려포리머의 실소유주인 남궁견 하나모두 회장도 적자기업을 통한 M&A의 대가다. 남궁 회장은 하나모두의 자회사 고려포리머를 이용, 2006년 이후 세종로봇(현 플러스프로핏), 삼협글로벌(옛 에프와이디), 고려포리머(옛 케이피앤엘), 유한NHS(옛 실미디어) 등의 M&A를 통해 막대한 차익을 챙겼다.

주요 수법은 헐값에 회사를 인수한 후 대규모 감자와 증자 과정을 거쳐 되파는 방식이다. 고려포리머는 2004년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삼협글로벌 등 나머지 회사들도 모두 3년 이상 연속 적자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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