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전세시장, 세입자 "어떡하라고"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08.08.02 11:00

[머니위크]전세가 강북↑ 강남↓

서대문 가재울뉴타운 인근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권홍석(41) 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얼마 전 의정부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권씨는 현재 66㎡(20평형)대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다. 그는 아파트 입주 전까지 면적을 늘려 전세를 구할지 아니면 아파트를 사야할지 혼란스럽다. 면적을 늘려 전세를 구하거나 지금과 같은 면적의 집을 사거나 드는 비용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권씨가 살고 있는 집의 전세가는 1억원. 만약 권씨가 면적을 늘려 전세를 구하려고 한다면 1억2000만원에 100㎡형(30평)대 아파트를 얻을 수 있다.

평소 대출이 많지 않은 권씨가 비슷한 아파트를 소유하려고 한다면 현금은 얼마나 있어야 할까. 3억2000만원짜리 100㎡형(30평)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전세금에서 나오는 1억원에 대출금이 1억원, 1억원의 세입자 전세금을 포함하면 현금으로 2000만원만 있으면 새 집을 얻을 수 있다.

하반기 전세시장의 가격상승 가능성이 예상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에 미리 큰 평형대의 전세로 갈아타야 하는 것이 옳은 판단인 듯 싶지만 같은 돈으로 아파트를 소유한다는 매력에 권씨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를 사게 되면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까지 당분간은 처가살이를 해야 하지만 강북지역의 100㎡형(30평) 가격은 지지선이 든든해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소형 아파트가 급등세를 탔다가 최근 가격 하향조짐이 불고 있는 것에 비해 안정적이라는 판단이다.

◆강북, 전세가 오르고 매물 없자 집 사고 교외로

강북권이 재개발로 인한 이주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전세 매물은 한정돼 있어 수급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소형면적 아파트의 가격이 급등한 뒤 가격조정을 받는 동안 100㎡형(30평) 이상의 아파트 가격 지지선은 확고해 갈아타기 유혹이 일고 있는 것.

게다가 강북의 전세가격이 오르면서 주택구입을 준비했던 세입자들 사이에서는 ‘이참에 사버릴까’ 하는 욕구가 생기기 시작했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 83㎡(25평형)에 산다는 정수원(45) 씨는 “집주인이 다음달 전세금을 올린다고 통보하는 바람에 다른 집을 알아보는 중”이라며 “중개업소에서는 차라리 5000만원을 더 들여 주택구입을 권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상계동 주공아파트 16~24평형의 2년 전 전세가는 6500만~1억원 수준. 그러나 올 들어 노원을 중심으로 큰 폭의 가격 상승이 있고 난 후 이곳의 전세가는 20% 가량 상승했다. 현재 같은 면적의 전세가격은 8500만~1억2000만원 수준이다.

이 지역의 100㎡형(30평)대 아파트 매매가는 4억2000만~4억5000만원. 올 초 손바꿈이 있으면서 대출자금도 많이 유입됐다. 1억원 이상의 대출을 안고 있는 가구가 많다보니 매수자들은 대출을 떠안고 전세를 내주면서 아파트를 구입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이들은 강북의 아파트를 구입하는 한편 의정부나 남양주로 이전해 또 다른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됐다.

심지어 같은 단지 내 이주도 눈길을 끈다. 상계동에 사는 오모씨는 같은 단지 내에서 면적을 늘려 이사한 케이스. 전세가격이 오르자 전 소유주의 주택을 전세를 끼고 구입하고 남양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노원구 상계동 P공인 관계자는 “전세입자 가운데 면적을 늘리는 단지 내 이주가 종종 등장하고 있다”면서 “의정부나 남양주로 전세를 얻고 현재 살고 있는 집을 구입하는 손바꿈이 있는 것이 최근 강북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강남, 대기물량 많으나 세입자 못 찾아

반면 강남은 전세 역전현상이 나타면서 강북과는 다르게 전세를 내놓는 집주인의 고민이 늘고 있다. 대형 단지의 공급이 시작되면서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전셋값 하향 조정 압력을 받고 있는 것.

최근 강남의 한 아파트의 전세가격이 연초에 비해 1억원이나 하락했다는 보도 이후 강남 주택 소유자들은 대출금 부담과 전세수요 부족으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강남 3구의 지난 1년간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은 서울 평균인 1.67%에 크게 못 미치며 벌써부터 역 전세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송파구 전세가격은 지난해 7월에 비해 -0,71%의 하락률을 보였으며 서초구도 -0.24%를 기록했다. 그나마 강남구가 0.87%의 상승률을 나타내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이마저도 서울 평균에 못 미치는 기록이다.

송파구 잠실동 우성 1ㆍ2ㆍ3차 105㎡(32평)의 경우 지난해보다 3000만원 하락한 2억5000만~2억7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김충범 스피드뱅크 연구원은 “강남의 아파트 전세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데는 강남권 입주물량 쇼크가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내신강화 및 광역학군제 도입 방침으로 학군 프리미엄이 많이 감소함에 따라 전세값 하락을 불러왔다”고 평가했다.

전세값 하락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아직 입주가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올 하반기로 계획된 반포동 반포자이의 5000가구 이상 재건축 단지나 2만가구에 가까운 잠실 1ㆍ2단지와 시영아파트 재건축 단지의 입주가 시작되면 세입자 찾기가 극에 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세보다 수천만원 떨어진 가격에 전세를 내놔도 거래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전세 매물이 본격적으로 쏟아지는 하반기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매매가격 하락과 더불어 전세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북으로 수요를 뺏기는 강남의 상황과는 다르게, 강북 수요는 강남으로 옮겨가기가 어려운 점도 강남 전세가 하락을 부채질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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