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 진짜 고민할 때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07.24 16:57

기술적반등 목표치 도달…본게임은 이제부터

코스피지수가 7거래일간 10% 급등하며 기술적 반등의 목표치에 도달했다.
지난 16일 연저점(1488.75)부터 이날 장중 고점(1627.87)까지 139.12p(9.34%) 오르며 1600대에 안착했다.

미국 양대 모기지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구제안이 상하원을 통과하면서 미증시가 이틀째 상승했고, 국제유가(WTI)가 배럴당 125달러선 밑으로까지 낙폭을 확대하면서 동아시아증시가 모두 뻘겋게 달아올랐다.

외국인이 1806억원을 순매수하며 33일간 이어지던 사상최장기간 순매도 행진을 끝냈다.
삼성전자LG전자가 각각 4.6%와 5.05% 급등하고 하이닉스도 2.8% 오른데 힘입어 전날 유일하게 하락했던 전기전자업종이 3.84% 상승했다.

대차거래를 통한 공매도에 열을 올리던 외국인이 숏커버에 나서기 시작한다면 증시 상승 불꽃이 활활 타오를 수 있다.
외국인의 공매도 대표종목으로 거론되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NHN 등으로 외국계 창구에서 매수주문이 폭발했다.

미국 모기지발 금융위기가 일단락되고 유가하락에 따라 인플레 우려가 잡히면 증시 상승세는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
외국인마저 순매도 공세를 접고 순매수 기조를 구축한다면 낙폭과다에 따른 반작용 급등에서 더 나아가 수급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심리선인 20일 이평선을 가뿐하게 넘어선 상태에서 수급마저 뒷받침된다면 수급선인 60일선(1730p)까지도 넘볼 수 있는 일이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해외 악재에 눌려 코스피지수 낙폭이 억울하게 컸던 면이 있었는데 금융위기와 인플레 우려가 진정된다면 실적에 뒷받침된 주가 상승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달까지는 전년동월대비 물가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지만 8월부터는 기저효과가 발생하면서 수치상의 인플레 부담이 약화되는데다가 유가마저 하락세를 굳히고 있어 4분기로 갈수록 물가 문제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1∼2분기에 이어 3∼4분기 기업실적도 양호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기술적 반등에서 끝나지 않고 실적장세로까지 주가상승 흐름이 이어지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이날 34일만에 등장한 외국인 주식 순매수에 대해서는 기조 변화로 보지 않았다.
지난 2005년부터 주식 순매도로 방향을 굳힌 외국인이 순매수로 대세를 바꿀만한 이유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이날 모처럼의 순매수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게 증시 관계자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대만증시에서도 외국인이 이틀 연속 주식순매수 기조를 이어갔지만 순매수 규모가 48억원(23일)과 225억원(24일)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 것에 비추어 외국인이 다시 이머징 시장을 노리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더욱 안 좋은 현상은 과도한 콘탱고 지속이다. 전날 3.11에 이어 이날 2.96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베이시스 종가는 분명 이례적인 것으로써 추세를 담보하지 못한다.

매수차익거래를 하지 않을 수 없을만큼 높은 베이시스 형성으로 연일 프로그램 순매수가 유입되면서 주가를 받치고 있지만 8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매수차익잔고는 분명 매물폭탄으로 되돌아올 일이다.

강송철 대우증권 연구원은 "선물이 현물보다 강세를 보이면서 증시 상승세가 지속되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최근 베이시스와 매수차익잔고는 걱정스럽다"면서 "이제는 베이시스가 2.0 또는 1.80 밑으로만 떨어져도 차익매물이 출회될 수 있기 때문에 9월 쿼드러플데이까지 가지 않고 8월 옵션만기일 전으로 매물이 현실화될 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주가 상승세에 거품이 끼어있거나 악재를 품고 오르는 것이라면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일이다.
지난 5월 1900선까지 V자 급등세를 보이면서 다시 2000선의 꿈을 키우다가 그대로 주저 앉으며 1500선마저 무너진 게 오래된 얘기가 아니라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코스피 지수가 기술적 반등을 끝으로 다시 하락하는지 아니면 실적장세까지 이어지면서 1700대로 추가상승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정확한 판단과 전망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상반된 2가지 대응전략을 제시하면서 "하나는 낙폭 과대주에 대한 기술적 매매이며 다른 하나는 반등을 활용해서 보유종목을 슬림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모기지 부실과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가계인 반면 기업부문은 상대적으로 견실하다는 점도 크게 갈리는 변수다.

주택가격 하락과 모기지 금리 상승, 고용사정 악화가 가계의 명목 구매력 저하로 이어지고 유가 급등과 물가 상승이 가계의 실질 구매력 저하로 반영되면서 민간소비는 향후 좀 더 둔화될 전망이다.

전날 미증시에서 코스트코가 11.9%나 급락하고 월마트가 하락(-1.6%)한 점도 이같은 소비문제를 대변한다.

가계 소비 및 부채 문제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년 한국의 개인부채비중이 GDP대비 186.4%로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의 최고치(181.5%)를 넘어섰고 대형할인매장의 6월 매출이 1.9%나 감소한 점을 보면 한국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오석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백화점 매출은 2% 증가한 반면 대형할인매장 매출은 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는 부자들의 소비여력은 여전하지만 대부분 소비자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기업어닝에는 큰 문제가 없다. 다국적기업의 해외성장이 양호하고 재무구조도 외풍을 견뎌낼 정도로 안정됐기 때문이다.
원가 상승과 소비 둔화로 인해 작년 18%였던 이익증가율이 올해 12∼13% 정도로 줄어들고 있지만 통상적인 순환 사이클상의 이익감소로 치부해도 아직 큰 무리는 없는 상태다.

따라서 지수의 추가반등을 의심한다면 주가 오름세를 기회로 삼아 보유주식 처분에 나서야 한다.
반대로 추가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면 어떤 업종과 종목을 선택하느냐 여부가 중요하다.

이 경우에는 급락을 주도했던 은행·증권·건설업종이 유리한 건지 외국인 매도로 인해 힘 한번 써 보지 못한 IT·자동차 업종을 후발주자로 겨냥해야 하는지가 최대 관건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오 파트장은 "선뜻 판단하기가 쉽지 않지만 두 가지 업종 대안 중 하나를 고른다면 외국인 매도공세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은행·증권·건설업종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금 더 길게 본다면 IT와 자동차의 턴어라운드 스토리에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이번 지수 상승의 성격이 낙폭과대에 따른 자율반등이어서 자칫 단명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1600대로 오른 코스피지수가 단기 상승 타깃을 채우고 하락반전할 것인지 아니면 낙폭의 50% 되돌림 레벨인 1700선까지 추가상승할 것인지에 따라 또 한번 많은 증시 참여자의 운명이 갈리게 될 일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3. 3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4. 4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5. 5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