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점령'아닌 '윈-윈'노린 M&A 봇물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 2008.07.24 14:46
동종 업체끼리 시너지효과를 노린 코스닥 M&A(인수합병)가 늘고 있다. M&A 당사자들이 고유사업을 그대로 유지하며 기업체질을 바꿔보려는 시도다. 지금까지는 이종 업체가 우회상장을 목적으로 M&A를 한 뒤 기존 사업을 폐기처분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뤘다.

24일 광학렌즈 전문업체 옵트론텍은 휴대폰용 카메라 적외선차단필터를 만드는 해빛정보와 인수합병을 선언했다. 이번 M&A는 옵트론텍이 140억원을 주고 해빛정보 최대주주인 박병선 대표이사의 지분 7.81%(85만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해빛정보는 적외선차단필터와 광 픽업장치(DVD 재생을 위한 핵심부품) 분야에서 기술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리한 기술투자로 최근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했다. 해빛정보는 이를 극복하는 승부수로 옵트론텍과의 합병을 선택했다. 옵트론텍은 자금여력이 충분한데다 산요와 샤프 등 일본에 굵직한 거래선을 많이 갖고 있어 해빛정보는 거래선 다각화를 노릴 수 있어서다.

해빛정보 관계자는 "옵트론텍은 우리 회사의 기술력을 필요로 했고 우리 회사는 옵트론텍의 자금력과 거래처가 탐났다"고 말했다. 양측은 각자 고유사업을 그대로 유지하며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해빛정보 관계자는 "합병을 통해 각자 고유 사업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3분기말부터는 옵트론텍의 일본 거래처에 제품 납품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합병 효과로 내년부터 큰 폭의 실적개선도 기대된다.

이미지 센서 전문업체 실리콘화일도 지난 21일 하이닉스반도체와 인수합병을 결정했다. 하이닉스는 특히 실리콘화일 기술임원들의 3년 의무 근무를 요구하는 등 실리콘화일 고유사업을 철저하게 보장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비메모리 반도체사업 진출을 선언한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점령군이 아닌 협력자로서의 관계를 강조한 셈이다.


실리콘화일 관계자는 "하이닉스의 생산라인을 활용해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공격적인 마켓팅도 가능하다"며 "하이닉스도 우리 회사를 통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어 윈-윈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실리콘화일은 늦어도 9월중에는 하이닉스 생산라인을 통해 제품 양산에 들어간다. 실리콘화일은 지난해 6%를 밑도는 영업이익률을 보였지만 이번 합병을 계기로 내년부터 영업이익률 10%대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하이닉스는 이에 앞서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인 피델릭스(10%)와 씨앤에스테크놀로지(5%) 지분 일부를 인수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달 아바코(19.9%)와 티엘아이(13%) 지분 인수를 통해 코스닥 기업과 윈-윈 체제를 가동했다. 현대모비스도 지난 6월 자동차 내외장용 플라스틱 부품업체 에코플라스틱 지분 4.9%를 인수하며 시너지효과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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