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KT 이의신청 기각 '문제없나'

신혜선, 송정렬 기자 | 2008.07.24 14:47

'주파수재배치 및 로밍 결정유보' 방통위 조치 무시 논란

"정책결정을 내리고 충분히 설명까지 했는데 이해할 수 없다(방통위)."
"우리의 결정은 방통위의 판단과 무관하다(공정위)."

두 규제기관의 정책 '엇박자'가 정도를 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하나로텔레콤 인수조건으로 SK텔레콤에 부과한 '800MHz 주파수 로밍 조치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하면서 "방통위 판단을 고려할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송, 통신 분야의 규제기관인 방통위의 정책 결정이 고려 사항이 아니라는 공정위의 입장은 '월권'을 넘어서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발언이다. 정책 일관성에 대한 논란이 이는 것은 물론 규제 영역을 둘러싼 양 기관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 방통위, "주파수 회수·재배치가 근본 해결책" 재차 천명

공정위는 "SK텔레콤의 이의신청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거나 사실관계 등에 특별한 변화가 있지 않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나아가 로밍 조치가 경쟁제한 효과에 비해 과도한 조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주파수 로밍 때 적정한 대가를 받을 수도 있고, 로밍에 대한 조건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만큼 의무적 로밍 조치는 과도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800Mhz 로밍'은 특정 사업자가 원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하나로텔레콤 인가 조건에 결부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옛 정통부나 방통위 모두 로밍 의무화 여부는 주파수 활용 측면에서 검토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로밍 조치를 내린 이유를 주파수독점해소로 설명했는데, 오히려 회수·재배치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맞받았다.

더군다나 방통위의 결정은 '로밍 의무화 불가'가 아닌, 판단 유보다. 즉, 로밍이 전체적인 주파수 활용계획과 무관하게 결정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미룬 것이다.

공정위가 방통위의 이 같은 정책 결정을 최소한 '존중'했다면, '방통위가 최종 결정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한다'고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이 새 정부 들어 '통신방송 규제'라는 명확한 위상을 갖고 출발한 방통위의 존재를 아예 무시한 결정으로 비춰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상임위원회에서 올해 말 주파수 재배치 이후 로밍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정책결정을 내렸고, 이를 충분히 전달했다"며 "그럼에도 이런 결정을 내린 공정위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공은 LGT에...SKT에 로밍신청 할 지 주목

일단 공정위가 SK텔레콤의 이의신청을 기각함에 따라 '공'은 LG텔레콤으로 넘어갔다.

"사업자의 로밍 요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할 때 그에 따른 행정조치를 할 것"이라는 공정위의 설명을 감안하면, LG텔레콤이 로밍요청을 하지 않는 이상 공정위도 SK텔레콤을 제재할 수 없다.

LG텔레콤은 일단 공식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지만, 로밍 신청을 강행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무엇보다 방통위가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는데다, 지금 800MHz로밍 요청이 LG텔레콤에게 어떤 실익을 가져다줄지 회의적인 탓이다.

800Mhz를 포함한 주파수 정책이 연말 경 확정되고, 그 연장선상에서 로밍에 대해 방통위가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런 조건에서 무리한 로밍 요청은 오히려 반대급부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로밍이 결정 나더라도 협상과 시설 구축 등에 소요되는 시간, 궁극적으로는 2011년 6월부터 시작되는 SK텔레콤의 800Mhz 주파수 반납 일정 등을 감안하면 로밍을 활용할 시기가 너무 짧다. 들인 공에 비해 효과가 덜하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LG텔레콤이 최근 해외로밍 전략을 수정한 점을 들어 LG텔레콤이 '800Mhz 로밍'에 대한 기대를 낮췄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LG텔레콤이 800Mhz 로밍을 절실히 원했던 이유 중 하나가 해외 로밍 경쟁력 향상이었는데, 최근 들어 해외로밍 사업을 독자 전략으로 선회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로밍 전략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런 정황을 감안하면 SK텔레콤이 '시정명령 불이행'으로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통신, 방송 영역으로 끊임없이 규제 영역을 확대하려는 공정위와 이를 지키려는 방통위의 대립, 그리고 엇갈린 정책 결정으로 인한 시장 혼란은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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