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LG이노텍 38년만의 코스피 데뷔

머니투데이 김병근 기자 | 2008.07.24 11:28
"삐~"

허영호 LG이노텍 사장이 24일 오전 9시 부저를 누르는 동시에 '삐'소리와 함께 시초가 4만3000원이 유가증권거래소 전광판에 떴다. 허 사장이 코스닥(LG마이크론) 사장이자 동시에 코스피(LG이노텍) 사장이 되는 순간이다.

LG이노텍이 24일 마침내 유가증권시장에 데뷔했다. 1970년 8월 금성알프스전자로 빛을 본 지 38년 만이자 2000년 5월 현재의 사명으로 옷을 갈아입은 지 8년 만이다. 회사로서는 1999년과 2000년, 두 차례에 걸쳐 상장을 추진하다 포기했던 뼈아픈 기억을 떨쳐낼 수 있게 됐다.

상장까지는 우역곡절이 많았다. 지난 두 차례와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이 좋지 않았다. SK C&C와 롯데건설 등 대형주들도 상장을 미뤘을 정도다. 그럼에도 LG이노텍은 당초 계획을 고수했다. 1년 만에 영업이익률이 2배 이상으로 뛰는 등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은 상장을 통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우선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막대한 투자 재원을 보다 쉽게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발광다이오드(LED)와 전장사업 등 LG이노텍이 차세대 사업으로 밀고 있는 부문은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시행착오를 거치겠지만 공개기업으로서 엄격한 공정공시제도를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있는 것을 그대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법에 의한 처벌보다 무서운 것은 투자자들의 '외면'이다.

가장 큰 의미는 역시 브랜드 가치 제고다. LG이노텍은 'LG'라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랜드 'LG'는 LG이노텍이 매년 고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던 큰 자양분이었다. 상장은 보다 많은 투자자들에게 자연스레 회사를 알림으로써 LG이노텍이 홀로서기하는 데 중대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상장은 캡티브 마켓을 유지한 채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절호의 기회다.


이들 세 가지 의미는 LG이노텍 상장이 갖는 거시적인 의미에 비할 바 아니다.

전세계 부품업계 '톱10'(Top10)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국내에서 삼성전기가 유일하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매출 3조 4000억원, 세계시장 점유율 1.7%로 랭킹 6위(2007년 기준)다. 삼성전기를 제외하고는 TDK, 니덱, 교세라, 무라다, 마쓰시다부품, 이비덴, 알프스, 롬, 미쓰미 등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일본계 업체다.

LG이노텍이 LG마이크론과 합병할 경우 매출 2조6000억원으 삼성전기의 대항마가 될 수 있는 몸집을 갖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톱10 반열에 당당히 오를 수 있다. 국내 부품업계의 위상이 한층 격상되는 것이다. 덩치에 맞는 체력을 길러야 함은 물론이다.

삼성전기로서도 LG이노텍의 상장을 내심 반길 것이다. 외로운 1등보다는 국내에 선두 다툼할 만한 경쟁자가 있는 것이 좋은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품업계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에 '대안'이 생긴 것이기도 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도 없을 것이다.

LG이노텍의 상장을 계기로 양사의 경쟁이 국내 부품산업을 한단계 끌어 올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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