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안전이야!'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 2008.07.24 13:16

[CEO에세이]경제 이전에 국가안전이 더 중요

한국의 2008년은 ‘안전붕괴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무수하게 대형 재앙이 하루가 멀다 하고 줄을 이었다. 게다가 무방비 대책이었다.

정부도 해당기업들도 무책임하고 몰염치했다. 숭례문이 불탔다. 수많은 소방수들도 문화재청 관계자들도 현장에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있으나마나였다.

모든 한국인들은 불길에 쌓여 무너지는 문화재를 처참하게 볼 수밖에 없었다. 600년을 이겨낸 국보1호였다.

‘국민과자’에서 쥐대가리가 섞여 나왔다. 라면에서는 바퀴벌레가 나왔다. 해당 회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 자동차가 자기 멋대로 뒤로 급발진해서 사고를 연발했다. 핸드폰 밧데리가 폭발했다.

급기야 ‘쇠고기’가 터졌다. ‘촛불’이 떴다. FTA라는 더 큰 국가적 이유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는 정부에 국민들은 더 분노했다. 자식들의 생명과 안녕은 무역이익에 앞섰기에 엄마들도 나섰다. 그것은 또 다른 안전사고였다. 느닷없이 태안기름 유출 사건이 터졌다.

유조선 옆구리를 향해 돌진하는 크레인선을 바라보면서 한국인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유조선 옆구리 뚫린 구멍에서는 시커먼 원유를 폭포수처럼 뿜어냈다. 유조선을 받은 회사나 받힌 회사 그리고 보험회사는 모두 한재벌 소속이었다. 미미한 주민 보상으로 책임문제는 일단락 됐다. 몇 달간에 걸쳐 수십만 한국인들의 애꿎은 자원봉사(?)로 해변은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

◆온갖 안전의 위협을 받고서는 제대로 경제가 될 수 없어

노인성 치매는 5년내 3배 늘었다는 보도다. 미래의 안전은 더 막막해졌다는 뜻이다. 용인의 놀이터에 롤러코스터가 멈추는 안전사고도 있었다. 강풍과 큰 비에 크고 작은 사고가 터졌다. 기상청을 탓할 힘도 이젠 없다.

초등학생 성폭행사건이 잊을 만하면 터졌다. 멕시코에서 5명의 한인이 또 납치당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사건이 터졌다. 대통령까지의 보고 시간은 무려 8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만약 전쟁이라면 대세가 끝났다는 전문가의 진단도 있었다. 그것은 남북문제이기 전에 또 하나의 국민안전사고였다.

무리한 경제의 성장목표는 유가폭등에 주저앉았다.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었다. 이것도 국민에게는 안전사고인 셈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대기업 프렌들리’로 ‘고환율정책’은 ‘국민희생전략’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독도’가 터졌다. ‘영토의 안전사고’가 난 것이다. 기가 막힌다.


또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 최강의 이메일 서비스에 사고가 터졌다. 3800만 가입자가 울었다. 도대체 세계적으로 유래를 볼 수 없는 ‘촛불’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수퍼 자본주의: 기업, 민주주의, 일상의 대변화’의 저자 미국 브랜다이스 로버트 라이히 교수의 성찰이 새삼스럽다. 그의 주장이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하늘이 맺어준 짝이지만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하늘이 맺어준 짝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오랫동안 민주주의와 한 쌍이었던 자본주의는 저 혼자 번창 일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오늘날 우리는 두 얼굴을 갖고 살아간다. 한 편으로는 ‘소비자’와 ‘투자자’로서 세계경제 시스템이 제공하는 값싼 물건과 높은 수익률에 즐거워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시민’으로서 이러한 거래가 발생하는 사회적 결과들은 반가워하지 않는다.

경제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의 논쟁은 불행하게도 시장이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경제를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과 고용상황과 공동체를 지금 있는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측의 극단적인 두 진영사이에서만 벌어지고 있다.

세계화의 부작용을 상쇄시키고 패배자를 돌아보며 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찾는 대신 우리는 그저 싸움으로 치닫는다. 투자자와 소비자에 대한 시민으로서 갖는 모순된 감정은 미국인만의 것이 아니다.”

‘자유로운 약육강식 시장경제’나 ‘광적성장주의’도 ‘저효율의 반시장주의’도 바람직할 수 없다. ‘성숙한 시장경제’로 발돋움해야 한다. 다시 로버트 라이히의 말을 빌려보자. “그것의 룰을 정하는 것도 어차피 시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첫발은 상황을 제대로 보고 올바른 생각을 하는 것이다. ”

경제도 중요하지만 개인과 국가의 안전은 더없이 중요하다. 경제를 살리라고 새 정부에 표를 몰아준 한국인의 본심은 무엇일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의 집권구호를 패러디 해보자. “바보야,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안전이야!”(한국CEO연구포럼 연구위원장)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번개탄 검색"…'선우은숙과 이혼' 유영재, 정신병원 긴급 입원
  2. 2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에 선우은숙 '황당'…"법적 절차 그대로 진행"
  3. 3 법원장을 변호사로…조형기, 사체유기에도 '집행유예 감형' 비결
  4. 4 '개저씨' 취급 방시혁 덕에... 민희진 최소 700억 돈방석
  5. 5 "통장 사진 보내라 해서 보냈는데" 첫출근 전에 잘린 직원…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