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시장, 투자자금 빠져나간다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08.07.23 14:55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달러화 약세는 투자자본의 흐름을 주식시장에서 상품시장으로 전환시켰다. 달러화 약세에 미국 뉴욕증시를 비롯한 세계 각국 증시가 침체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23개 선진증시의 주가 동향을 반영하는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월드인덱스가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20% 하락하면서 공식적으로 베어마켓(약세장)으로 진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갈곳 잃은 투자자금은 상품시장으로 몰리기 시작했고, 원유 곡물 등 주요 상품가는 상반기 내내 오름세를 탔다.

◇ 상승랠리 멈춘 상품가…유가 급락 두드러져

그러나 이달 들어 이 같은 상품시장 강세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가격 하락세가 가장 두드러지는 상품은 역시 '원유'다. 7월 초만 하더라도 전문가들은 올 여름 국제유가(WTI)가 150달러 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냈다.

실제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유가는 지난 3일(현지시간) 배럴당 145.29달러, 11일 145.08달러를 기록하면서 이 같은 전망에 부응했다. 10~11일 이틀 사이엔 무려 9달러 급등하며 단숨에 150달러선을 돌파할 기세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종가 기준으로 146달러를 넘어보지도 못하고 유가는 급락세로 전환했다. 14일부터 4일간 유가는 무려 16.35달러 급락하며 단숨에 120달러대에 진입했다. 이 주간 유가는 11.2% 하락해 역대 주간 하락율 중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 유가 상승으로 이끌던 모멘텀, 하나 둘씩 사라져

유가는 올해들어 50% 가깝게 상승했다. 달러화 약세가 이 같은 유가 상승의 장기 모멘텀이었다면, 간헐적으로 터지는 중동 정세불안, 자연재해, 나이지리아 반군의 원유시설 공격 등이 단기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미 에너지부가 17일 원유 재고량이 증가했다는 발표를 하면서 유가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올해 세계 석유수요를 기존 전망치보다 하루 평균 7만 배럴 낮추면서 유가 오름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세계 경기 침체로 원유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여기에 미국이 이란의 핵문제를 대화로 풀겠다고 나서면서 중동정세는 안정을 찾았고, 정유시설이 밀집돼 있는 미국 남부 멕시코만을 향해 이동하던 허리케인은 방향을 틀었다.

◇ 美 정부 당국의 적극적 개입으로 달러화 안정


결정적으로 달러화까지 강세로 돌아서면서 유가 안정을 위해 필요한 환경이 마치 사전에 계획된 것처럼 조성됐다.

헨리 폴슨 미 재무부 장관이 양대 국책 모기지 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지원대책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거듭 천명하고 나선데다,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미래 물가 상승 기대감을 제어하기 위해 가까운 시일 내 금리를 인상해야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 주효했다.

모기지 기관들의 도산에 대한 부담으로 1.6038달러까지 치솟았던 달러/유로화 환율은 정책담당자들의 이 같은 발언으로 이내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미 투자은행(IB)들이 전문가들의 예상을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한 것도 달러화 강세에 보탬이 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가장 큰 손실을 입어온 씨티그룹과 JP모간체이스 웰스파고가 각각 전문가 예상치를 상회하는 2분기 순익을 발표한 것이다. 이 같은 금융기관들의 회복으로 신용위기가 일단락 되고 있다는 기대감이 달러화 안정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 곡물가 금 값도 원유 따라 안정세

지난 6월 초 미국 중서부에서 발생한 홍수로 지속적인 오름세를 유지했던 곡물가도 7월 들어 한풀 꺾인 기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지난 6월 27일 사상 최고가인 부셸당 7.97달러를 기록했던 옥수수 가격은 기후가 작황에 유리하게 돌아가면서 급락세로 반전, 전날 5.92달러로 완전한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증시침체로 투자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던 금 가격도 지난 15일 온스당 978.70달러를 기록한 뒤 이후 꾸준한 하락해 23일 948.20을 기록하고 있다.

금 가격은 이스라엘이 이란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으로 지난 9일부터 3거래일 동안에는 4% 이상 오르는 급등세를 보였지만 미국의 개입으로 중동정세가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입어 내림세로 돌아선 것이다.

마치 자석처럼 투자자금을 상품시장으로 끌어당기던 유가가 상승 동력을 상실하면서 각종 상품 선물가들도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상품시장의 안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원유 상품 시장에 공격적인 투자를 투자은행(IB)들이 지난해부터 누적되온 자산상각과 손실액을 만회하기 위해 원유 매도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가격조정을 강력한 매도 신호로 인식한 헤지펀드들도 상품시장을 떠날 태세다.

뉴웨이브 에너지의 수석 애널리스트는 조나단 벤자민은 "지난 6개월간 유가 랠리를 주도한 근거(공급 제한, 수요 증가 전망)가 완화됐다"며 투자자들이 원유 선물 매수를 자제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큰 조정이 이미 진행된 만큼 추가 조정보다는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 상품시장은 당분간 방향성이 없어지는 혼돈의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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