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LSI… 대중소 협력모델을 만들자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 2008.07.24 11:00

[반도체5부작기획-(5회)]결산좌담회

머니투데이는 '진정한 반도체 강국, 시스템LSI(비메모리반도체) 육성으로 이룬다'는 주제로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동부하이텍·텔레칩스·실리콘화일 등과 함께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4일까지 매주 1회씩 총 5회에 걸쳐 기획기사를 게재했다.

이와 관련 시스템LSI 기업 및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국내 시스템LSI 산업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한 결산좌담회를 마련했다. 이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시스템LSI 대기업과 중소기업들 간 성공적인 상생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편집자주>

◇참석자=남궁민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국장), 민정기 삼성전자 상무, 변영삼 동부하이텍 부사장, 이도영 실리콘화일 이사, 이성민 엠텍비젼 사장, 최진석 하이닉스반도체 부사장 (가나다순, 이상 6명)

◇사회=오동희 머니투데이 산업부 차장

▶사회=반도체는 우리나라 부동의 1위 수출 품목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각각 1위와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면 메모리반도체보다 더 큰 시장 규모인 시스템LSI 분야는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미개척 분야로 남아있다. 때문에 해외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시스템LSI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우리나라가 시스템LSI 분야 강국으로 거듭나야만 하는 당위성을 정부와 기업 측 입장에서 말씀해 달라.

▶남궁민 국장=우리나라에서 시스템LSI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는 2가지다. 우선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25%인 반면 시스템LSI는 75%로 규모 면에서 시스템LSI가 메모리반도체의 3배다. 우리나라는 현재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44%를 점유하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스템LSI 분야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으로 시스템LSI라는 핵심 부품 산업의 발전은 궁극적으로 휴대전화·TV·자동차 등 세트(완제품) 성능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에서도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LSI, 세트와 부품 간 균형 있는 발전이 이뤄져야만 한다.

▶최진석 부사장=삼성전자는 현재까지 디스플레이구동칩·스마트카드칩 등 시스템LSI 4개 분야에서 1등을 기록 중이다. 삼성전자는 추가로 CMOS 이미지센서와 디지털TV 칩셋 등 4개 분야에서 업계 1위로 도약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이닉스반도체 역시 CMOS 이미지센서와 자동차용 반도체 등 시스템LSI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D램 낸드플래시 등 과거 메모리반도체에 집중했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나란히 시스템LSI 분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만으로는 기업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는 4∼5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기업이 정체되지 않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메모리반도체 이외에 시스템LSI 사업에 적극 나서야만 하는 시점이다.

두 번째로 과거 별개로 존재했던 시스템LSI와 메모리반도체가 SiP(System in Package) 및 PoP(Package on Package) 등과 같은 패키지 방법의 발달로 하나로 통합되는 추세다. 휴대전화 등에 들어가 인터넷과 동영상 등 미디어 기능을 지원하는 시스템LSI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휴대전화용 모바일 D램도 잘 팔 수 있는 시대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중심 기업들이 시스템LSI 분야로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시스템LSI 사업을 어떻게 꾸려 가느냐를 고민할 시기다.

▶민정기 상무=성장이 정체된 기업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같이 휴대전화·TV 등 세트와 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 등 부품 사업을 동시에 보유한 기업의 경우, 세트사업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부품인 시스템LSI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과거 PC 등 세트 분야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수입에만 의존했다가 관련 산업 전체가 어려워졌던 상황을 겪었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LCD와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등 디지털TV에 들어가는 시스템LSI 핵심기술을 보유하면서 TV 경쟁력도 강화되고 있음을 경험한다. 세트 분야 성장을 위해서라도 시스템LSI 분야 육성이 절실하다.

▶사회=이렇듯 시스템LSI 산업 육성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이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관련 산업이 성장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시스템LSI 등 반도체 설계만을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과 이들 기업으로부터 받은 제품을 위탁생산만 하는 파운드리 업체들 간 불균형 성장 등 어려움이 있다고 하는데.

▶이성민 사장=국내 팹리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2가지가 절실히 요구된다. 먼저 국내 파운드리를 통해 안정적인 물량 조달이 가능해야만 한다. 엠텍비젼은 설립 초기 동부하이텍과 손을 잡고 위탁생산 등을 긴밀히 협력했다.

하지만 엠텍비젼이 현재 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제조공정이 요구되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반면 동부하이텍은 여전히 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 공정에 머물러 있는 등 양사간 기술 진행속도가 맞지 않다. 엠텍비젼 등 국내 팹리스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동부하이텍의 규모 있는 성장이 필요하다.

동부하이텍은 1∼2년이 아닌 10년 이상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투자해야만 한다. 또한 시스템LSI 분야 전문인력 육성도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시스템LSI 분야 인재가 없어 팹리스 사업을 하기가 힘들다. 해외 반도체 기업들은 우수한 인력 다수를 보유하고 아날로그·로직 등 시스템LSI 각 분야를 장악하고 있다.

국내 팹리스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인재 육성과 함께 인력들이 돈 신경 쓰지 않고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 등이 필요하다.

▶변영삼 부사장=동부하이텍이 시스템LSI 등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했던 2000년대 초만 해도 0.18마이크로미터 공정과 200㎜(8인치) 크기 원판(웨이퍼) 공정 등 당시 상황에서 최첨단 공정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때문에 엠텍비젼·코아로직·실리콘화일 등 국내 10대 팹리스 기업 가운데 6곳이 동부하이텍에 제품 생산을 맡겼다. 하지만 그동안 반도체 공정기술이 마이크로미터를 넘어 나노미터로 미세화 되고 웨이퍼 규격도 300㎜(12인치)로 전환되는 등 반도체 기술 진보가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

또한 반도체가 미세화 및 대면적화 되는 추세에 따라 트랜지스터 집적도가 매우 높아지면서 해외기업들로부터 도입하는 반도체 공정 설계를 위한 자산(IP) 구매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IP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어 이를 구매하는데 여력이 부족하다. 이렇듯 동부하이텍 입장에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도영 이사=팹리스 등 중소기업 중심의 정부 정책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은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100% 자가발전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들 대기업은 굳이 정부가 나서서 끌고 가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 시스템LSI 산업을 성장시키고 규모 있게 만들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역할을 나눠야하지만 결국 국책과제 등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들은 중소기업 중심으로 이뤄져야만 한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시스템LSI 성장을 위한 여건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고 좋아졌음을 경험한다. 대표적으로 시스템LSI 핵심 수요처인 휴대전화와 관련,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전 세계 2위와 3위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국내 시스템LSI 업계는 이러한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연결이 잘 안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

휴대전화·TV·자동차 등 우리나라가 잘 할 수 있는 세트 분야를 선정하고 여기에 집중하기 위해 시스템LSI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연결하는 전략적 방식이 필요하다.

▶사회=우리나라 시스템LSI 산업 발전을 위한 투자와 관심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를 놓치면 막 싹이 튼 우리나라 시스템LSI 산업의 성장세가 조기에 꺾일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 부족 등 시스템LSI 산업 발전을 위한 방안이 있다면.

▶민 상무=삼성전자가 시스템LSI 가운데 디스플레이구동칩·스마트카드칩 등 4개 분야에서 1등 하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 아날로그·로직 등 시스템LSI 각 분야에 쟁쟁한 해외 경쟁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시스템LSI는 종류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반도체 칩과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 3개 분야를 모두 구현해야만 하는 등 어려움이 따른다.

때문에 아무리 삼성전자라 할지라도 모든 시스템LSI 분야를 잘할 수가 없다.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나누는 등 시스템LSI 산업 발전을 위해 역할 분담을 해야만 한다. 예컨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32나노미터 공정 이하 최첨단 분야는 대기업이 집중하는 한편, 90나노미터 및 마이크로미터 공정에서 구현할 수 있는 분야는 중소기업이 담당하는 등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CMOS 이미지센서만 보더라도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 다수가 사업화에 나서는 등 비효율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시스템LSI 분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역할을 나누고 특히 팹리스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폈으면 한다.

▶최 부사장=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휴대전화 등 휴대단말기(모바일) 분야에서 1등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자동차·홈네트워크 등도 우리나라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다. 분명 시스템LSI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

이를 위해 반도체 대기업과 중소기업, 즉 종합반도체제조사(IDM)와 팹리스 간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대기업 혼자 살지 말고 중소기업과 같이 나눠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선단(船團, 여러 척의 배로 이룬 떼)을 만들 수 있도록 고민해야한다.

대기업은 정부 지원 자금을 절대 받아서는 안 된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생산과 영업도 대신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최근 하이닉스와 실리콘화일 간 지분투자 위탁생산 공동마케팅 등 전략적 협력이 성공적인 상생협력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이 이사=하이닉스와 실리콘화일은 최근 지분투자 등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실리를 떠나 사회적인 인식 때문에 협력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지분을 투자하면 대기업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보는 사회적인 인식도 바꿔야만 한다.

▶사회=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이외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인력난도 심각하다. 정부 차원에서 전문인력 육성도 절실한 시점이다. 인력 수급 문제에 대한 의견과 함께 기타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변 부사장=공대 들어가서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세상이다. 젊은 사람들이 시스템LSI 산업을 보고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들어야하지만 실질적으로 엔지니어보다 돈 만지는 사람의 연봉이 높은 게 현실이다. 대기업도 인력난을 호소하는데 중소기업은 더한 실정이다.

예컨대 국내 10대 팹리스 업체들 인력 모두 합쳐야 대만 미디어텍 한곳과 비슷한 수준이다. 팹리스 업체들이 인력을 모으고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야 하는데 하나로 뭉치기도 어렵다. 여러 팹리스 업체가 M&A로 통합됐을 때 당근이 주어져야 하는데 과연 당근이 있는가?

▶이 사장= 국내 대중소기업 간 시스템LSI 분야 연봉체계가 들쭉날쭉하다. 스톡옵션을 활성화하는 한편 연봉을 줄이고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등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남궁 국장= 이공계 기피현상이 근본적인 문제다. 대만에서는 전자공학과가 전체 이공계 학과 가운데 인기가 높은 편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공대에서도 중간 수준이다. 반도체와 같은 최첨단 분야는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기피하려는 것 같다.

그나마도 실습비 부족 등으로 전자공학과 나온 학생들의 실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정부는 대학 전자공학 관련학과에 실습비용을 지원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세트와 부품 간 협력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최근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도 반도체 기업들 이외에 세트 업체들을 회원사로 끌어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세트와 부품, 팹리스와 파운드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최 부사장=하이닉스가 대기업으로서 중소기업에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비교적 싼 가격에 안정적으로 시스템LSI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향후 부가가치를 낼 수만 있다면 원가 이하로도 제품을 위탁생산할 수 있다.

필요하면 R&D도 지원하고 IP도 만들어 줄 것이다. 대신 중소기업들이 개발한 제품을 하이닉스의 D램 낸드플래시와 SiP·PoP 등 방법으로 결합시켜 비싸게 팔면 된다. 이렇듯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모델을 만들어 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남궁 국장=시스템LSI 사업을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협력을 통해 피땀 어린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부는 시스템LSI 사업 육성을 위해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 언제든 요청해 달라.

▶사회=바쁘신 시간 중에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인 시스템LSI 산업 육성을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해 좋은 말씀주신 참석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정리=강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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