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외환銀 노조와 이례적 합의 왜

머니투데이 오상연 기자 | 2008.07.22 18:21

금융당국 압박 포석… HSBC "계약 연장 가능성" 시사

HSBC가 22일 외환은행 노조와 손을 잡고 금융당국을 재차 압박했다. 외환은행 인수 후 경영조건에 대해 노조와 합의문을 공동발표하는 형식을 통해서다.

HSBC와 외환은행 노조는 이날 외환은행 인수 후 외환은행 행명 및 상장사 유지, 미국 내 영업망 재건, 이사회 과반수 한국인 구성 등을 내용으로 담은 23개항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양측의 합의는 2개월여 간의 논의 끝에 도출된 것으로 HSBC 인수 후 외환은행 경영 및 발전과 관련한 내용을 담았다.

금융당국은 법적 불투명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HSBC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 그런데도 양측이 이례적인 발표를 한 것은 외환은행 매매 계약의 시한 만료(31일)가 다가오면서 HSBC의 외환은행 인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도 그간 수차례 기자들과 만나 "외환은행 임직원 및 행원들은 HSBC로의 인수를 강력히 희망한다"면서 금융위가 조속한 결론을 내려줄 것을 촉구해왔다.

HSBC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합의문 발표는 HSBC의 강력한 인수 의지를 시사하는 것으로 론스타가 계약을 파기하지 않는 한 31일까지 계약이 완료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연장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신경전이 이달을 넘겨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HSBC는 합의문에서 외환은행 경영권을 인수할 경우 론스타 인수 후 정리했던 외환은행의 미국 내 영업망을 재건하겠다고도 밝혔다. 아울러 미국 내 상업금융 재건을 포함해 국내외 성장성 있는 시장에서 추가적으로 지점망을 확충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론스타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감독을 피하기 위해 폐쇄했던 외환은행 미주 영업망의 재건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합의문에는 외환은행의 행명과 정체성, 상장, 고용을 계속 유지하고 정규직 신규채용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는 조항이 명시됐다. 정보기술(IT) 센터는 외환은행에서 운영하며 일상업무에서의 한국어를 사용하는 등의 환경도 보장됐다.

아울러 HSBC의 기존 한국 영업은 점차적으로 외환은행으로 통합하고 외환은행의 급여 및 복지를 국내 선두은행 대비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유지키로 하는 등의 조항도 담겼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우리의 일관된 입장은 대주주 지분매각 과정에서 외환은행의 행명과 조직, 정체성 및 경쟁력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HSBC가 이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확인 및 검증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으며 이번 합의로 그 첫 단계가 끝났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외환은행 노조 역시 HSBC와 론스타간 계약이 파기되고 다른 인수자가 나타나더라도 최소한의 조건으로 제시할 수 있어 불리할 게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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