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약가재평가, 제약사 집단 반발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 2008.07.22 14:35

고지혈증약 약가인하 61개 제약사 中 20개 재평가 신청

제약업계가 건보당국이 진행 중인 기등재약품목록 재정비사업에 집단 반발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지난 5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고지혈증약 약값 인하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평가를 요구하고 나섰다.

건보당국의 약가인하에 대해 개별 제약사가 반발한 적은 있지만 다수의 제약사가 동시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고지혈증치료제 건강보험 약가인하안과 관련해 20개 제약사가 심평원의 평가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평가를 요구했다.

심평원은 지난 5월 고지혈증치료제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결과 61개 제약사 106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31% 낮추는 약값 인하안을 발표하고 지난 19일까지 제약사들의 의견서를 받았다. 약가인하가 결정된 61개 제약사 중 3분의 1 가량인 20개 업체가 무더기로 재평가를 요구하면서 심평원의 약가재평가도 난항 겪을 전망이다.

이번에 재평가를 요구한 제약사는 한국화이자제약,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한국노바티스 등 주요 다국적제약사와 종근당, 중외제약, CJ 등 국내 제약사들이다. 심평원은 이의신청 마감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의견서를 검토해 그 결과를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전달하며 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최종 약값 인하 계획을 확정하게 된다.

중외제약과 아스트라제네카 등 오리지널 품목을 보유하고 있는 2개 제약사는 심평원의 결정에 따라 향후 대응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심평원이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심평원이 납득할 수 없는 기준으로 약가 인하를 결정했다”며 “정당한 기준으로 약값을 평가받을 때까지 행정소송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고지혈증 치료제 시범평가 사업이 앞으로 전체 의약품을 평가하는데 선례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에만 고혈압치료제, 골다공증 치료제, 순환기계용약, 소화성 궤양용제, 장질환치료제 5개 약품군의 총 3748개 품목 800개 성분의 약제에 대한 본 평가가 예정돼 있다.

의료계가 심평원의 약가 재평가에 대해 공식 반대 입장을 보인 것도 제약사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8일 국내 최대 의료관련 학회인 대한내과학회는 심평원의 고지혈증치료제에 대한 경제성 평가 결과가 자료조작이 의심되는 등 신뢰성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주장했다.

박수헌 내과학회 보험이사는 “제약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심평원의 약가재평가 과정의 문제점을 이야기 한 것”이라며 “다른 약에 대한 재평가할 때 또 이런 문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미리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미영 심평원 약가재평가부장은 “고지혈증치료제의 경제성 평가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었고, 기존에 치료받던 고지혈증 환자들이 평가결과에 따라 진료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사결정을 했다”면서도 “제약회사가 이의신청한 내용을 중심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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