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스코, 한보철강의 기억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 2008.07.21 16:00

동국제강과의 컨소시엄 재미 못봐..대우조선 인수전 고심 또 고심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의 유력 후보인 포스코가 컨소시엄 구성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인수 시너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기업들의 참여가 도움이 되지만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희 포스코 부사장은 지난 11일 2/4분기 기업설명회에서 "컨소시엄에 너무 많은 투자자가 참가하면 인수 후 회사의 효율적 운영에 장애가 될 수 있다"며 컨소시엄에는 많은 기업이 참여하기 힘들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포스코의 조심스러운 접근에는 '한보철강 인수전'의 경험에 대한 학습 효과도 적지 않은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지난 2004년 한보철강 인수전은 포스코 컨소시엄과 재벌가의 대결이었다는 점에서도 이번 대우조선 인수전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포스코는 당시 동국제강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모두 7개사(컨소시엄)가 출사표를 던졌지만 경쟁은 일찌감치 포스코 컨소시엄과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인 INI스틸(현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과의 2파전으로 치러졌다.

포스코 컨소시엄은 인수전에서 INI스틸-현대하이스코와 비슷한 9000억원 이상을 제시했으나 고용 보장 등 다른 조건에서 밀려 고배를 마셨다.


정몽구 회장의 강력한 인수의지 아래 INI스틸-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은 3년 이상의 고용승계 보장과 INI스틸 수준의 임금 인상을 내세웠고 이것이 결정적인 승부처가 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포스코는 동국제강이라는 파트너와의 의결 조율 등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재벌기업들에 비해 의사결정이 보수적이고 느릴 수 밖 에 없는데 보수적 성향으로 평가받는 동국제강과 짝을 이뤄 마음고생이 상당했을 것"이라며 "인수제안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포스코도 자금력 등 재무적인 면에서 우위에 서 있는 만큼 적절한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승세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그렇지만 포스코가 자신들의 의사결정 과정이나 경영권에 영향을 받을 정도의 '파격적인' 컨소시엄을 구성할 확률은 낮다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그러기엔 한보철강 인수전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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