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 인맥은 나의 힘

손욱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2008.07.21 12:38
'여섯 단계의 분리'(Six Degree of Separation)라는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무작위로 선택된 두 사람 사이를 연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아는 사람이 중간에 필요한지 편지 발송을 통해 실험한 것입니다. 결과는 평균 5.5명을 거치면 지구상 어느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와 같이 '좁은 세상'(small world)은 모든 네트워크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우리가 평생 거미줄처럼 연결되는 사회적 네트워크(social network)도 예외가 아닙니다. 태어나면서부터 고향, 출신학교, 종교, 직장, 주거지, 동호인 모임 등 다양한 네트워크에 편입됩니다.

소위 '인맥'으로도 불리는 사회적 네트워크가 경제행위에 미치는 연구는 다방면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범죄동기, 교육효과, 직원 선발, 연봉 책정 등이 그 예입니다. 금융시장과 관련해서도 버블 형성과 붕괴, 일반인의 주식시장 참여도, 은퇴설계 등에 인맥을 통한 비공식 정보 교환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최근 발표된 'Small World of Investing'(2007년)이란 논문에서는 미국에서 펀드실적과 펀드매니저의 학연을 연구대상으로 했습니다. 펀드매니저와 학연관계에 있는 이사회 멤버가 있는 기업의 주식에 투자한 경우 그렇지 않은 기업에 투자한 경우보다 최대 8.4%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하버드·펜실베이니아·컬럼비아·뉴욕대학 출신이 상위를 차지했는데 펀드매니저와 투자대상 기업 임원의 학위가 동일할 경우, 학교생활이 겹쳤을 경우 수익률 차이는 더욱 컸습니다. 또 학연이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비중이 높았습니다.


이는 펀드매니저의 우수한 성과가 학연을 통한 정보 면에서의 우월성으로 일부 설명된다는 것인데, 자신이 희망하는 업종에서 성공한 사람을 많이 배출한 대학에 입학해 그 네트워크에 자연스럽게 편입되는 것의 가치를 실측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또 한 논문('Informal Information Network' 2008년)에서는 펀드매니저간 네트워크도 작용함을 밝혀냈습니다. 여기서는 학연 대신 사무실이 얼마나 가까이 위치하는지를 기준으로 네트워크 강도를 측정했습니다. 점심식사 등을 통한 일상적인 미팅을 통해 주요 투자정보가 교환된다는 점이 고려된 것입니다. 이 지리적 우월성에 따라 위험조정 수익률이 4.5%포인트 정도 차이가 났습니다. 미국 월가나 우리나라 여의도처럼 투자금융사가 지리적으로 몰려있는 장점이 잘 설명됩니다.

또 다른 논문('Geography or Skills' 2008년)은 통화정책 당국인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조정 예측의 정확성과 사회적 네트워크의 관계를 연구했습니다. 투자은행이나 전문 예측기관에 종사하거나 중앙은행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직원이 금리 예측 면에서 우월했습니다. 정책당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직원이 프리미엄을 받고 유관기관으로 전직하는 현상이 잘 설명됩니다.
 
학연뿐만 아니라 지연, 종교, 경력경로, 동호인 모임 등 다른 사회적 네트워크도 점검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유사한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들어 개인프로필 축적을 통해 인간관계를 맺어주고 이 네트워크에 들어온 사람들의 근황이나 정보 제공, 모임 등을 주선하는 인맥형성 서비스업(social network service)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회적 네트워크의 경제적 가치를 거래대상으로 하는 시장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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