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뱀미디어 '메릴린치는 독배였나'

더벨 김은정 기자 | 2008.07.18 09:11

올해 영업이익률 3% 달성 실패땐 BW 원리금 2배 이상으로 갚아야

이 기사는 07월17일(19:5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주몽'과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유명한 드라마제작사 초록뱀미디어의 자금사정이 삼면초가(三面楚歌)에 몰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말 주가를 한껏 끌어 올리는 호재로 작용했던 메릴린치로부터의 외자유치가 초록뱀미디어를 위기로 몰아갈 독(毒)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17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초록뱀미디어는 지난해 12월 1500만달러 규모의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모발행하면서 이를 인수한 메릴린치와 목표 영업이익률, 지배권 변동 사항 등에 대해 몇 가지 별도의 차입약정을 맺었다.

외자유치 이후 연도별 영업이익률이 목표수준에 미달하고 이를 45일 이내에 치유하지 못할 경우 사채 원리금을 되갚아 줘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채 원금과 연 25%의 연체이율을 적용한 금액중 더 많은 금액을 추가로 메릴린치에 지급해야 한다.

목표 영업이익률은 올해가 3.0%, 2009년이 7.0%, 2010년이 11.0%, 2011년이 15.0%로 매년 4%씩 높아진다. 수익성이 매년 초고속으로 개선돼야 함을 의미하지만 현재 고질적인 적자구조를 감안할 때 당장 올해 3.0%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초록뱀미디어는 지난 2006년 주몽 등의 흥행 대성공에 힘입어 3억7000만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냈을 뿐 매년 영업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100억원을 넘어섰고 올들어서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드라마제작의 경우 저작권을 방송사가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외주 제작사는 방송사 지원금 외에 추가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이 해외판권정도에 제한돼 있다. 드라마가 히트를 쳐도 VOD 등으로 올리는 수익은 모두 방송사 몫이다.


초록뱀미디어의 경우도 지난해 로비스트에 200억원을 투입했지만 방송사 지원금은 절반을 밑돌았고 흥행에 실패하면서 수익성 악화에 큰 원인을 제공했다. 올들어서는 상반기중 드라마 방영분이 없어서 일부 해외판권을 빼면 매출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하반기 극적인 반전에 성공하지 못하는 한 올해 영업이익률 3% 달성은 회의적이다. 메릴린치가 보유한 BW에 대해 풋옵션을 행사하는 트리거가 발동할 수 있다는 것인데, 현재 초록뱀의 자금사정으로는 이에 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메릴린치가 아니더라도 지난해 3월 발행된 800만달러의 해외 공모 전환사채(CB)에도 풋옵션이 걸려 있다. 현재 잔액은 260만달러 정도다.

한기평은 이같은 상황들을 근거로 지난 15일 초록뱀미디어의 신용등급을 B-로 하향조정했다. 이달중 정기평가가 예정된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도 "메릴린치와 체결한 인수 조건이 등급 하향의 주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초록뱀미디어에게 돌파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방영중인 '일지매'를 포함, '바람의 나라' '크크섬의 비밀' 등 예정된 드라마를 감안할 때 하반기 매출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관건은 150억원 규모가 투입되는 대작 '바람의 나라'로 성공 여부에 따라 수익성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2004년 이후 매년 이루어지고 있는 유상증자(총 423억원 규모)와 CB 및 BW의 전환/신주인수권 행사(2006년 37억, 2007년 88억)에서 볼 수 있듯이 자본확충을 통해 부족한 자금을 조달할 여지도 없지 않다.

차입약정 달성에 실패할 경우 메릴린치가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초록뱀미디어 관계자는 "CB의 풋옵션이 행사되거나 메릴린치가 상환을 요구할 개연성은 부족하다"며 "12억원짜리 보유토지의 실제 평가액이 50억원이 넘어 추가 담보대출 여력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경영권 변동을 동반한 대규모 자본확충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초록뱀미디어는 경영권이 바뀔 경우 BW 원리금의 300%를 즉시 지급한다는 약정을 맺었기 때문이다. 경영권 안정을 위해 초록뱀미디어측에서 스스로 요구해 달아 놓은 조건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손웅정 변호사에 '1억 리베이트' 제안한 학부모… "형사 문제될 수도"
  2. 2 '낙태 논란' 허웅, 방송계 이어 광고계도 지우기…동생 허훈만 남았다
  3. 3 "네가 낙태시켰잖아" 전 여친에 허웅 "무슨 소리야"…녹취록 논란
  4. 4 아편전쟁에 빼앗긴 섬, 155년만에 중국 품으로[뉴스속오늘]
  5. 5 "입맛 뚝 떨어져"…즉석밥 뒤덮은 '곰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