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현대건설 인수전 앞두고 '날개'?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08.07.28 08:35

[머니위크]현대중공업, CJ투자증권 인수

현대중공업이 CJ투자증권을 공식 인수함에 따라 그룹의 수익성에 파란불이 켜졌다. 현대중공업은 14일 그룹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을 통해 CJ투자증권 지분 75.08%를 7050억원에 CJ자산운용 지분 7.61%를 429억원에 취득했다. 당초 예상가인 8000억원보다 약간 낮은 금액이다.

안정적 기업경영을 유지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이번 CJ투자증권의 인수에서도 평소 스타일대로 ‘남는 장사’를 할 공산이 커 보인다.

일단 현대중공업이 CJ투자증권 인수 이후 공식적으로 내놓은 성장전략은 금융상품개발과 M&A(인수합병), IPO(기업공개), 증자, 자금조달, 운용서비스 등 IB업무 강화다. 이를 잘 조합해 보면 향후 현대중공업이 CJ투자증권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선박펀드와 조선업 호황에 따른 자산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CJ투자증권과 CJ자산운용은 수백개에 이르는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의 자산운용과 관계사의 IPO, 자금조달을 책임질 경우 안정적 수익이 보장된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계열사가 보유한 막대한 현금 및 유가증권도 이들이 관리하게 될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적통성의 상징인 현대건설을 두고 현대그룹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CJ투자증권의 활용가치는 높다. 7500억원에 이르는 CJ투자증권과 자산운용의 인수가 ‘괜찮은 거래’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 선박펀드로 장기적 수익 노려

현대중공업이 CJ투자증권을 통해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것은 선박펀드사업이다. 선박펀드는 선박투자회사법에 근거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배를 사서 판매하거나 임대해 발생하는 수익을 지분대로 나눠 갖는 투자의 일종이다. 2003년 대우증권에서 처음 판매한 이래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한 분야다.

업계에 따르면 운용사는 선박펀드 판매를 통해 연평균 4~7%의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전문성 문제로 판매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문제에 걸림돌이 없는 현대중공업은 CJ투자증권을 통해 선박금융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CJ투자증권을 통해 선박펀드 판매를 핵심 수익사업으로 모색하고 있다”면서 “선박펀드의 전문적 노하우와 복잡한 구조는 현대중공업이 상품판매는 CJ투자증권이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청사진을 펼쳤다.

CJ투자증권에서도 반가움 일색이다. CJ투자증권은 현대중공업이 자신들의 텃밭인 경남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데다 현대중공업 계열사로 증권사나 운용사가 없기 때문에 매출상승과 고용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공산이 크다. 게다가 CJ투자증권은 현대중공업과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직원들의 퇴직연금만 운용하더라도 막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CJ투자증권은 현재 전국 45개 지점 가운데 부산 13곳, 울산 1곳을 포함해 영남권에서만 24개의 지점을 거느리고 있다.

◆ 기업 호재 ‘아직도 많다’

현대삼호중공업의 IPO 역시 관심거리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현재 장외시장에서 대장주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장외시장에서 액면가 5000원의 삼호중공업 주식은 10만원 인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삼호중공업의 지분을 90% 이상 소유하고 있는점을 감안하면 상장과 동시에 1조원에서 많게는 2조원의 현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더라도 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 인수전이 본격화되는 시점이 오면 삼호중공업의 상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현대그룹과의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유리하다고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다.

CJ투자증권의 인수와 현대삼호중공업의 상장 준비 외에도 현대중공업의 호재거리는 넘쳐난다. 노사간의 무분규도 그 중 하나다. 18일까지 임금단체협상에서 사측이 9만8800원 인상안을 제시한 반면 노조측는 11만8403원 인상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격차가 크지 않아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제18차 임단협에서 임금 인상을 비롯한 영업이익 돌파 축하금, 군산조선소 생산성 향상 격려금, 노사공동선언 실천 격려금, 생산성 향상 격려금, 무쟁의 타결 축하금 등을 제시한 바 있다. 만약 노사간 합의가 이뤄지면 14년 연속 무분규를 이루게 된다.

이 뿐이 아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세계 최초로 ‘날개달린 선박’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날개달린 선박은 주로 비행기의 날개에 발생하는 양력을 물에 적용해 약 5%의 연료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추력 날개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기술”이라며 “새로운 선형과 독자적인 엔진개발로 경쟁국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 우위를 지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초부터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앞세운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 현대중공업. 뛰어난 기술력으로 조선업의 호황을 맘껏 누리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현대그룹과의 전쟁이 될 수도 있는 CJ투자증권의 인수까지 성공하면서 현대중공업號는 이제 '중요한 과제'인 현대건설 인수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 선박펀드의 장단점

투자자 입장에서 선박펀드의 매력은 확정배당지급과 비과세에 있다. 3개월마다 배당이 가능하고 수익의 전부를 배당금으로 지급한다. 투자원금 기준 3억원 이하면 비과세, 이상이면 분리과세를 적용한다. 한국선박운용(KOMAF)에서 판매한 동북아 1호의 경우 평균 세후 수익률이 8%정도에 이르는 고수익으로 맹위를 떨친 바 있다.

다만 만기가 보통 10년 이상이고 거래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금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또 해당 선박의 실적에 따라 수익이 발생하는 까닭에 해운 경기에 민감한 것도 걸림돌이다. 투자 원금을 확실히 보장받는 상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되는 사항이다.

선박펀드는 사모펀드의 비중이 높아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더라도 ‘그림의 떡’이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주식시장에 상장된 선박펀드의 경우 시장가격에 따라 구입할 수 있으며 공모 시에는 공모가에 맞춰 구입할 수 있다.

공모의 경우 경쟁률이 높아지면 예상보다 적은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만약 공모 경쟁률이 10대1이라면 투자금도 당초 예정금액의 1/10까지 투자할 수 있다. 따라서 예상보다 투자금이 낮아지면서 배당금도 적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률을 꼼꼼히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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