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매도행진속 뭘 사고 뭘 파나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8.07.25 08:25

[머니위크]조선업등 눈독…무작정 따라하기 금물

외국인투자자가 국내증시에서 연일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지난 6월9일 시작된 외국인들의 팔자 행진은 연일 기록을 경신하며 지난 17일 기준으로 29일째 순매도를 이어간 상황이다. 앞선 외국인의 최다 연속 순매도는 최근 10년 사이에 2005년 9월22일~10월26일의 24거래일 연속이었다.

외국인이 연일 '팔자'에 몰두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사는 종목은 있다.
삼성중공업SK, 우리금융 등은 팔아치우는 와중에도 규모는 작지만 외국인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선호하는 주식은 조선업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의 연속 순매도가 시작된 지난 6월9일부터 29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가 지속된 7월17일까지 삼성중공업을 1837억원 순매수했다. 이어 SK와 삼성물산이 각각 801억원과 753억원의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우리금융과 현대미포조선도 617억원과 608억원의 순매수를 나타냈다.

외국인이 순매수하는 종목들은 같은 기간 가장 많은 순매도 금액을 보인 삼성전자의 1조6542억원과 2번째로 많은 매도 우위를 보인 국민은행(8193억원) 등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하지만 공포감을 안길만큼 팔아치우는 와중에도 사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외국인이 이들 종목을 사들이는 이유는 실적에 근거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2000억원 가까이 순매수한 삼성중공업은 끊임없는 수주를 바탕으로 2010년까지 작업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SK증권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수주실적은 해양플랜트 88억달러를 포함한 212억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선박 49억달러와 해양플랜트 47억달러를 신규 수주했다.

올 들어 글로벌 경기의 부진으로 세계 조선시장의 발주량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수주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김용수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6월 말 기준 수주잔량으로는 선박 285억달러와 해양플랜트 188억달러에 달해 2010년 말까지 작업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후판가격 상승으로 3분기에는 영업이익률이 다소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만 4분기부터 상승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물량 확보를 통한 규모의 경제효과가 후판가격 부담보다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도 삼성중공업의 주가매력도가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송재학 연구원은 "최근 해양부문 수주가 급증하고 있고 가격도 급등해 중장기 고수익 달성이 확실 시 된다"며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률이 각각 7.7%와 8.6%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K와 삼성물산도 실적 차원에서 접근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SK는 최근 자회사인 SK C&C가 약세장 속에서 상장을 미룬 리스크가 도사리고는 있지만 SK텔레콤과 SK에너지 등 자회사의 실적이 견조해 탄탄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이상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안정적인 자회사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한 캐시플로우의 창출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향후 높아질 배당성향은 배당투자 차원에서도 매력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수개월간의 주가조정은 이미 향후에 대한 우려를 반영했다는 시각이다.

삼성물산도 수주가 호조세인 해외부문의 수익 기여도 확대로 하반기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상구 현대증권 연구원은 "주택부문 규모의 효과와 계열사 수주 증가 등으로 하반기 이익모멘텀은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일시적인 R&D비용 증가요인을 감안하면 올해 영업이익증가율은 전년 대비 50%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 된다"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들은 증권과 금융 등 최근 미국발 2차 신용위기 우려의 여파로 약한 모습을 보이는 업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어 주목된다.

우리금융과 대우증권 등을 500억원 이상 순매수했는데 이는 신용위기 해소 이후 상승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판단된다.

임정현 부국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신용위기 재발 우려 등으로 외국인이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며 "하지만 기존 악재의 자제 분위기가 형성되는 마당에 외국인이 조금씩 사 모으는 순매수 상위종목이 관심권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조선주에 대한 외국인의 매수 집중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외국인은 29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지속하는 동안에도 삼성중공업을 필두로 현대미포조선(608억원)과 현대중공업(380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서 연구원은 "올해 초 조선업의 극한 조정이 외국인에 의해 나타났는데 이제는 반대
로 조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라며 "시장이 불안정하고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조선업만큼 활발한 업황을 유지하는 업종을 찾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극단적으로 치달을 경우에는 국내증시가 불안하면 외국인은 시장을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옥석을 가릴 수 있는 기회로 여긴다면 조선업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서 연구원은 분석했다.


◆무작정 따라하기는 주의

다만 외국인이 사는 종목을 무작정 매수하는 '외국인 추종 매매전략'에 대한 경고도 나오고 있다.

외국인의 입장과 상황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마당에 철저한 분석없이 추종 매매에 들어가는 것은 자칫하면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꼴'이 될 우려도 크다는 주장이다.

민상일 한화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를 무조건 따라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며 "일부 실적 호전이 예상되는 종목 중심으로 외국인이 매수를 하고는 있지만 장마철 날씨처럼 변덕이 심할 가능성이 높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 연구원은 또 "외국인이 매수하는 종목은 참고사항으로만 여겨야 한다"며 "실적 개선과 과대낙폭 규모 등을 사려 깊게 저울질 해 확신이 선 경우 투자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들의 대차거래가 높은 종목도 반등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고점을 찍은 지난 5월16일 이후 대차잔액이 큰 폭으로 증가한 반도체와 은행, 자동차, 건설 등에 주목해야 한다"며 "반등 시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집중될 것으로 보여 관심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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