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IB, 외환시장 개입 비판 일색인 이유는?

더벨 이윤정 기자 | 2008.07.18 13:00

[thebell note]"환손실 입자 추가 개입 막으려는 의도"의심

이 기사는 07월17일(17:3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외환 보유고 보다 외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도 개입은 환율 문제에 대한 지속 가능한 해결책은 아니다" - DBS

"당국 개입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 친 루 티오 BNP파리바은행 이코노미스트

"한국 정부가 환율을 통해 트레이더들에게 손실을 입히려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원화 강세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피터 레드워드 바클레이즈 이머징아시아 리서치 헤드

"한국 정부가 원화 약세를 방어하겠다고 선언했으나 결국 실패하게 될 것" - 스튜어트 뉴넘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한국 정부의 환시 개입에 대한 해외투자은행(IB) 이코노미스트들의 반응이다. 해외IB들은 외환당국 개입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리고 지난 9일 외환당국의 융단폭격 달러 매도로 원/달러 환율이 30원가량 폭락하자 이들은 당국의 개입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당국의 개입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악담(?)과 인위적인 환율 하락이 물가 안정을 위한 적절한 해법이 아니라는 경고 등이 주 내용이었다.

글로벌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국내 기관들보다 높고 보고서를 통해 전해지는 해외IB들의 의견이 투자나 투자전략에 반영하기 때문에 해외IB들의 보고서 내용은 무시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번 당국 개입에 대한 해외IB 보고서들의 비판과 우려는 다소 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해당 IB의 포지션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에 대해서는 늘 찬반 양론이 교차하고 있다. 어느 쪽이든 개입이과연적절한 시점에 나온 것인지, 개입의 명분이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한 분석이 전제되곤 한다.

하지만 최근 해외IB들은 우리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자체를 일방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해외IB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 배경에는 '투자자'로서의 지위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환율 상승에 베팅하던 일부 외국계 IB들이 외환당국의 대대적인 달러 매도로 달러 가치가 하락, 손실을 입자 추가 개입을 제어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한 시장관계자는 "서울외환시장에서 주요 역외세력인 해외IB들이 그 동안 투기적 롱플레이(달러 과매수)를 했다"며 "지난 9일 당국의 대규모 달러 매도 개입으로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당국 개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당국의 개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환율 상승 기대 심리를 높이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환율이 상승해야 과매수하고 있는 달러를 높은 가격에 매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IB들의 보고서에 대한 신뢰성 문제는 어제 오늘 일도, 국내 시장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6월 미국에서는 국제원유 가격 상승 주범으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보고서가 지목됐다. 미 하원의 바트 스튜팩 의원은 국제원유 선물시장이 이들 기관투자가들에 의해 조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보고서에서 원유가격 전망치를 지나치게 높게 발표해 의도적으로 원유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것. 원자재시장의 투자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린 이들 기관 입장에서는 유가가 올라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앞서 골드만 삭스는 2010년까지 국제원유가격이 배럴당 200달까지 상승할 것이란 보고서를 내놓았고 모건스탠리도 유가가 7월에 1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두 IB는 "투자와 리서치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러한 의혹을 강력 부인했다.

물론 파이어월(방화벽)에 따라 투자파트와 애널리스트 파트가 분리되어 있는 건 사실이다. 선행매매(프론트러닝) 등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그러나 투자자와 분석가의 역할을 겸하고 있는 해외IB들이 자사의 이해와 상충되는 전망을 내놓기 어렵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그리고 이번 외환당국 개입에 대한 비판적 보고서들이 외환시장에서 포지션이 큰 기관들을 중심으로 나왔다는 것은 해당 기관의 포지션 손실과 관련이 있지 않나하는 의혹이 일기에 충분하다.

한 시장전문가는 "리서치의 독립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회사 이익에 찬물을 끼얹는 보고서를 발표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증권사 보고서가 매도 의견을 내놓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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