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속 비정규직법 개정 본격화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8.07.17 16:18

-정부, 관련부처 협의 중

-고용감소 주범으로 지목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유력
-노동계 반발로 진통 클 듯

노·사·정간 극심한 진통 끝에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보호법이 일자리 감소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유가로 촉발된 경제위기와 고용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비정규직법을 개정키로 하고 관련 부처간 협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노·사간 시각차가 워낙 분명해 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커다란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정규직법 때문에 일자리 감소"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6월 신규 일자리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4만7000개 늘어나는데 그쳤다. 신규 일자리가 15만개 이하로 줄어든 것은 2005년2월 이후 3년4개월만이다. 이 대로라면 정부가 하향 조정한 올해 목표 일자리 20만개도 힘들 것이 확실시 된다.

문제는 일자리 축소의 주요 원인으로 비정규직법이 지목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는 비정규직법에 따른 부담 때문에 기업체에서 비정규직 계속 고용을 기피하면서 임시·일용직을 중심으로 한 비정규직이 축소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기준 비정규직은 전년 동월 대비 13만5000명이 감소했다. 특히 이달부터 비정규직법 적용대상이 된 100~299인 사업장에서 8만6000명이나 감소한 것은 비정규직법의 영향이 컸다고 보고 있다. 비정규직법의 까다로운 규정을 맞추기 힘들어 기업들이 비정규직 고용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법이 고용 불안의 중대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만큼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용기간 연장 검토

재정부는 17일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신설키로 한 '고용대책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비정규직법 개선 방안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법은 노사 양쪽의 견해를 반영해 보완·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비정규직법 개정 논의가 공론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비정규직 사용기간 2년→4년 확대 △차별금지 100인 미만 사업장 확대적용 유예 △사용기간 제외 예외대상에 50세 이상자 포함 등의 내용이 담긴 건의문을 정부에 전달했다.

정부는 비정규직 2년 사용기간이 너무 짧다고 보고 사용기간을 3년 또는 4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내년 7월부터 시행 예정인 1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도 미루는 것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내년 7월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법 적용이 2년이 되는 점을 고려해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비정규직법 개정을 통해 우려되는 혼란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재정부는 "비정규직법이 이미 노사의 문제를 벗어난 이상 노동부 뿐 아니라 관계 부처가 모두 참여해서 개정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노동부의 견해는 다르다.. 노동부 간부는 "비정규직법이 고용부진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지는 몰라도 비정규직법 때문에 고용이 떨어진다는 관점은 동의하기 힘들다"면서 "법 개정 논의도 노사 당사자가 있는 만큼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노동계 반발이 변수

노동계는 정부가 경제위기론에 편승해 재계가 원하는 방향으로 비정규직법을 고치려 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하자는 것은 비정규직법을 무력화시키면서 이전처럼 비정규직을 구애없이 사용하겠다는 발상"이라며 정부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기업들이 경제위기에 몸을 숨기고 설비투자를 줄이고 신규고용을 외면하는 것은 보지 않고 열악한 비정규직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고 비난했다.

정부와 정책연대를 체결한 한국노총도 비정규직법 개정 움직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박영삼 한국노총 대변인은 "비정규직을 보다 양산하는 사용기간 연장은 바람직하지 않고, 문제점이 드러난 차별시정와 외주화 문제에 대해서는 보완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비정규직법의 두 당사자인 노·사의 시각차가 워낙 큼에 따라 정부 주도의 비정규직법 개정 논의는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의 비정규직법도 법안 제출뒤 2년여의 지루한 노·사·정 대화를 거쳤지만 합의에 실패해 노동계의 반발 속에 국회와 정부가 일방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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