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조직

문형구 고려대 경영대 교수 | 2008.07.17 14:50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미국 서브프라임사태의 여진,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의 끝없는 고공 행진, 전세계 주요 국가 화폐 중 중 유독 달러화에 대해 아직도 약세를 보이고 있는 원화, 증시와 주택시장의 하향적 불안 등 끝이 없을 정도로 무수히 많은 위협요인들이 기업의 발걸음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

사회적 정치적 요인들도 복합적으로 실타래처럼 뒤엉켜 있다. 최근 우리나라를 뒤엎고 있는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기업의 모든 경영자들을 불면의 나날에 시달리게도 하지만, 위기는 기회의 다른 표현이라는 도전의식을 일깨우는 계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인가.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바는 이른 바 글로벌 스탠더드로서 경영의 투명성과 개인별 성과주의였다. 특히 개인별 성과주의는 지금까지 한국 기업이 고질적으로 지녀 왔던(혹은 외환위기를 불러온 원흉으로 여겨져 온) 온정주의 혹은 연줄자본주의(crony capitalism)의 문제를 일거에 날려 버릴 수 있는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지며 한국 기업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킨 것은 분명하였다.

그러나 개인의 성과를 강조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을 철저히 하다 보니 일을 통해서 그리고 동료들과 더불어서 함께 성취감을 느끼는 기쁨은 사라지고 오로지 금전적 보상을 위하여 개인의 영달만을 위하는 이기주의가 적절한 행동으로 여겨지는 조직이 되고 말았다. 그 결과 조직내외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고용불안 그리고 조직에 대한 몰입이나 충성심의 약화이라는 생각지 못했던 결과를 낳고 말았으며 부정적 영향이 점 점 더 커지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몇 대기업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1980년대 유행하였던 조직문화운동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조짐이 있다. 즉 온정주의라는 극단으로부터 개인별 성과지상주의라는 극단을 오고가다 이제 다시 중간으로 되돌아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회귀가 단순히 과거에 대한 로망스적인 회고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탄생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끼리끼리 뭉쳐서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혹은 ‘역시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라는 등의 온정주의의 재등장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 각자가 지닌 능력을 개발하고 발휘하면서 또한 조직 구성원 모두가 경쟁자이면서 동시에 함께 살아가야 할 동료라는 의식에 충만하여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함께 땀을 흘리고 기쁜 일이 있을 때는 함께 즐거워하는 공동체의식이 다시 살아나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첫째, 조직 속의 모든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또한 재무적 성과와의 직접적 공헌도나 능력의 차이에 관계없이 각자 하고 있는 일의 진정한 의미를 서로가 인정해주는 그러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둘째, 금전적 보상에 대한 거의 맹목적인 강조보다는 개인의 가치를 인정하고 조직과 개인이 함께 발전한다는 기쁨을 주는 조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금전적 보상의 파격적 차이보다는 적절한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진지하게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최고경영자의 천문학적인 금전적 보상 혹은 펀드매니저의 파격적인 보상 그리고 기업의 몰락을 연결지으며 일어나고 있는 반성 등이 이러한 사고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나라의 고유한 문화적 전통을 다시 창조함으로써 위기극복의 경쟁력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은 글로벌라이제이션에 대한 반발과 반성의 결과로 전 세계적으로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려는(resurgent affirmation of identities) 움직임 속에서 그 가능성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점점 글로벌하게 되면서 서로가 비슷해지고 있지만, 동시에 자신의 독특함이 강조됨에 따라 더 분리되고 그러면서도 서로가 더 확실히 상호연결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현재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양상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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