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불난데 부채질? 약세장 대안?

유일한 기자, 김유림 기자 | 2008.07.16 15:48

英·美, "주가 급등락 원인" 제한조치… 수익률은 7년래 최대

미 감독당국이 15일(현지시간) 증시의 공매도 세력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증시가 폭락하고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될 때마다 위기증폭의 주범으로 지목돼 온 공매도를 제한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앞서 6월에는 영국 금융감독청(FSA)이 공매도 제한 조치를 취했다. 공매도가 주가 급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미국과 유럽 금융주 폭락에는 기관들의 공매도가 있었으며 이를 통해 기관들이 얻은 수익은 기록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키드 숏셀링' 제한..시장 전체 확산 검토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날 미국의 양대 국책 모기지 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의 주식에 대한 공매도를 제한하기로 했다.

30일간 한시적으로 유지될 이번 공매도 제한 대상 종목은 두 회사외에 리먼 브러더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프라이머리 딜러(공인 정부증권 딜러) 주식도 포함된다.

이들 주식에 대해서는 주식 임차 계약 없이 주식을 매도하는 '공매도(네이키드 숏셀링:Naked Shortselling)'가 금지되며 사전에 주식 임차계약을 맺은 숏셀링(대차거래)만이 허용된다.

크리스토퍼 콕스 SEC의장은 이날 상원 금융위원회 증언에서 이같은 긴급조치 내용을 밝힌뒤 공매도 제한조치를 시장 전반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법으로도 현물 주식에 대해 숏 셀링을 하기 위해서는 주식 임차 계약을 체결해야 하지만 '네이키드 숏셀링' 세력들은 주식 임차 자금 부담을 피하고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해 주식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고 있다.
네이키드 숏셀링은 주가조작 혐의가 확인되기 전에는 불법행위로 처벌받지 않아 왔다.

일부 주식 보유기관들도 수수료 수입을 노리고, 동일한 주식을 대상으로 복수 임차거래를 맺어 주가 하락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긴급조치는 반드시 임차 계약을 맺은 거래 상대방을 명시하도록 하고, 대여기관이 이중으로 임대계약을 맺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패니·프레디·베어 주가폭락 뒤에 '공매도' 인식

SEC의 이같은 조치는 최근 주식시장의 급락과 금융시장 불안이 패니 프레디 리먼 등 악성 루머의 대상이 되고 있는 종목들에 대한 공매도로 인해 증폭되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특히 주가를 떨어뜨려 공매도 차익을 얻기 위해 유동성 위기와 관련한 악성루머를 퍼뜨리는 사례가 만연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최근 주가급락에도 유동성 위기설이 크게 작용했다는게 SEC의 판단이다. 리먼브러더스 역시 지난주 세계 최대 채권 펀드 운용회사인 핌코와 헤지펀드 SAC 캐피털 등이 거래를 중단했다는 루머로 주가가 폭락했다. 핌코의 빌 그로스 운용책임자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음에도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SEC는 이에 따라 13일 성명을 통해 증권사들이 거짓된 정보가 고의적으로 유포된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감독당국은 앞서 J.P 모간에 합병된 베어스턴스와 올들어서만 80% 가까이 주가가 폭락한 리먼 브러더스의 주가 폭락 과정에도 공매도 세력이 개입됐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영국도 공매도 제한

지난 23일 FSA는 신주인수권을 발행, 행사를 앞둔 기업의 주식에 대한 공매도 규모가 전체 시가총액의 0.25%를 초과할 경우 이를 공시하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일부 헤지펀드들이 대규모 공매도를 통해 보유 주식 하락의 위험을 헤지하고 나아가 차익을 얻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우려가 대두된 결과였다.

실제 미국계 투자기관인 하빈저가 영국 최대 모기지회사인 HBOS의 신주인수권 발행액의 3.29%에 해당하는 대규모 공매도를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주가는 신주인수권 발행가(275펜스)마저 밑도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앞서 영국 최대 투자펀드인 랜스돈 파트너스는 지난해 파산한 노던록 주식을 3% 이상 공매도한 포지션이 밝혀졌다. 랜스돈의 공매도로 주가가 급락해 노던록이 파산하고 말았다는 의혹이 일 정도였다.

이전까지 영국에서는 국내기업 전체 주식의 3% 이상, 외국계 기업 주식의 5%이상 매수포지션만을 공개하도록 했다.

◇"공매도, 불공정 매매 근원지"vs"과도한 시장개입"

월가를 비롯한 주요 증시 내부에서는 오랫동안 공매도가 주가 급등락을 부추기고 불공정 매매의 근원지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특히 최근과 같은 침체장에서는 수익을 내기 위해 매도포지션이 늘어나기 때문에 공매도와 루머가 기승을 부리게 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뉴욕증권거래소의 숏셀링 포지션이 사상 최고 수준에 달했다고 전했다. 특히 금융주가 매도 포지션의 주대상이 되고 있다는게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SEC의 조치가 시장의 가격기능을 약화시키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MFS자산운용의 로버트 포즌 회장은 "주가조작이 없고, 정보가 완전히 공개된다면 정부가 숏셀링을 금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우리는 시장이 기능하기를 바라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플렉크스타인 캐피털의 윌리엄 플렉큰스타인 대표는 "SEC의 이같은 조치는 주택시장 버블에서 비롯된 금융시장 위기의 책임을 시장 매매자들에게 전가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매도 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패니매와 프레디 맥의 주가 이날 급락세가 멈추지 않은 것은 증시 하락이 시장 요인보다는 근본적인 여건(펀더멘털)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는게 월가 트레이더들의 시각이다.

◇공매도 약세장에서 최고의 선택?
지난달 미국 증시의 공매도 수익률이 7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고 마켓워치가 16일 보도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신용위기로 증시 전망이 어두워지자 공매도 투자가 활기를 띠었고 실제 수익률도 높았던 것이다.

투자기관인 트레플리캐피털매니지먼트가 집계하는 공매도 수익률 지수인 '스트렁크숏인덱스'는 6월중 10.47% 상승, 닷컴 버블 붕괴로 12.45% 상승했던 2001년 3월 상승률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이로써 상반기 지수 상승률은 19.34%에 달했다.

지수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해는 저축대부조합 위기로 금융시장이 붕괴됐던 90년의 43%이며 닷컴 버블 붕괴로 주식 시장이 붕괴됐던 2002년 상승률도 30%에 달했다.

다우지수는 지난달 주택 시장 침체 지속과 신용위기 우려 등으로 한달 동안 10%나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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