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새벽에 보고받는 행장님

머니투데이 오상연 기자 | 2008.07.17 08:30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을 공식석상이 아닌 자리에서 약속 없이 만나는 것은 여간해선 힘들다. 오전 7시쯤 외환은행 본점 출입구에서 기다려봐도 그는 이미 사무실에 들어간 뒤다.

웨커 행장은 '얼리버드'인 동시에 '레이트버드'이기도 하다. 자정을 넘겨서까지 행장실에 남아 업무를 보는 일이 허다하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결산을 앞두고 새벽 2시쯤 행장실이 있는 15층에 들렀더니 행장이 그때까지 보고를 받고 있더라"고 전했다.

웨커 행장은 임원들에게 보고를 받고 결재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서류를 꼼꼼히 검토한 뒤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으면 일선 부서장뿐 아니라 실무자들까지 행장실로 불러 직접 물어보는 스타일이다.

4년 전 웨커 행장이 외환은행 수석 부행장으로 부임할 때 함께 한국으로 건너온 가족들은 지난해 모두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지금 인근 오피스텔에서 '독수공방'하고 있다. 여름휴가를 내 가족들을 만날 수도 있지만 올해는 갈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다. 론스타와 HSBC간 외환은행 지분인수 계약이 오는 31일 만료되기 때문이다.


그는 HSBC는 물론 금융위원회와도 수시로 접촉하며 매각 성사에 '올인'했다. 이달 말까지 매각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계약기간이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8월 휴가는 물 건너간다.

일에 대한 열정에선 강정원 국민은행장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별명이 세븐일레븐이다. 오전 7시에 출근해서 밤 11시에 퇴근한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윤용로 기업은행장도 중소기업 현장을 바쁘게 뛰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올 여름휴가 계획을 잡지 못한 CEO가 적잖다. 이런 열의가 최근 닥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 때문 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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