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가 능사는 아니다

김영호 재정전략연구원장 | 2008.07.30 15:46

[머니위크 청계광장]

7월, 삼복더위에 녹아내리는 얼음처럼 증시가 속절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게다가 지난 5월19일 1885포인트를 찍고 난 이후 반등다운 반등 한번 없이 하락해 1500포인트마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다. 이 글이 실렸을 때는 어쩌면 1500선 마저 무너진 뒤일지도 모르겠다. 반등이 있기를 바라지만 말이다.

직간접을 막론하고 투자자들은 연초에도 그랬지만 요즘 주식투자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실감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주가는 귀신도 모른다지만 하루가 다르게 쑥쑥 오르며 주식 시세판을 벌겋게 달구기도 하지만 한번 고꾸라지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전 재산을 허공에 날려버리는 것이 주식이 아니던가.

그래서 철저한 공부와 대응 전략 없이 투자에 나서는 것은 무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데 그 중에서도 막연한 생각으로 임하는 장기투자야말로 위험천만 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주가가 반등도 없이 계속 떨어지면서 손실을 입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장기투자를 종용하는 글들을 종종 대하곤 하는데 과연 장기투자가 전가의 보도일 수 있는지 투자자들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대개 장기투자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사례를 들지만 미국도 2000년대 들어서면서는 장기투자가 별 신통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우리는 직시할 필요가 있다.

대공황 이후 1930년대 초를 기준으로 하면 미국은 장기에 걸쳐 분명 주식시장이 상승한 것이 맞지만, 그 사이에 10년 단위별로 분리해서 분석하면 하락한 구간도 있고 제 자리 걸음을 한 기간도 있다. 미국에서 주식시장이 가장 괄목할 성과를 냈던 기간은 1990년대이고 장기투자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즐겨 인용하는 사례다.

그러나 2000년 초 1만 포인트를 기록한 다우지수가 8년쯤 후인 지난해 10월 초 1만4164포인트를 기록했지만 올 7월15일에 종가로 1만1000마저 무너졌다. 미국경제 사정으로 볼 때 1만선 마저 붕괴될 날도 그리 멀지는 않은 것 같다.

설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당분간 미국 주가가 날개를 단 듯이 솟구쳐 오르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이렇게 보면 미국도 거의 9년에 걸쳐 미국 주가가 제 자리를 맴돌고 있는 셈이 된다. 결과적으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원금손실을 본 셈이다.


일본의 경우는 더욱 참담하다. 일본도 1950년 이후 1989년까지 주식시장이 장기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1980년대의 일본 주식시장은 환상 그 자체였고 특히 1980년대 후반은 주가가 하늘을 뚫고 오를 기세였다.

마침내 1989년 말 3만8916포인트를 기록한 일본 주가는 1990년 초부터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며 2003년 4월 말 7600포인트 수준까지 13년여에 걸쳐 하락했다. 이후 다시 상승하여 작년 7월 1만8000대까지 올랐지만 다시 1만3000대로 추락한 상태다.

우리의 경우도 1980년대와 2000년대의 경우는 장기투자가 효력이 있는 경우지만 이것도 상승 초기에 투자를 시작한 사람의 경우로 국한시켜야 할 것이다. 1994년에 투자를 시작했던 사람의 경우 다시 원금을 회복하는데 꼬박 5년이 걸렸는데 5년이라는 세월 동안 원금 손실을 무릅쓰고 기다린 결과가 물가상승도 보상 받지 못하는 원금이라면 이런 투자를 장기투자론 자들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주식투자의 귀감이고 가치투자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워런 버핏도 투자성과가 좋지 못하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워런 버핏이야 지금 그 정도에 신경 쓰지도 않겠지만 그가 장기투자로 부를 축적했던 시기가 미국경제의 장기 호황과 일치하는 점은 우리가 눈 여겨 보아야 할 것 같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경제의 흐름을 바탕으로 보면 지금은 막연한 장기투자로 손실을 더 확대시키기 보다 용기 있는 결단으로 현금을 비축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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