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더이상 外人 총알받이는 못하겠다"

오승주 기자, 박성희 기자 | 2008.07.15 16:45

기관 실질적으로 2200억원 순매도..연기금도 순매도로

15일 코스피지수는 향후 장에 대해 적지 않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 개장초 부터 주르르 하락해 반등시도 한번 못해 본채 정확하게 어린이 놀이터 미끄럼틀 모양을 만들어냈다. 장이 암담할 수 있다는 신호다.

이날 외국인이 27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이는 가운데 그동안 증시를 지탱하던 기관들도 한걸음 물러섰다.끝을 알 수 없는 미국발 금융위기에다 고유가, 경기둔화 등 삼중악재 속에 포위된채 속절없이 외국인 매도를 받아내는 총알받이는 되기 싫다는 분위기다.

이날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808억원의 순매수를 나타냈다. 하지만 장막판 동시호가에서 1200억원 가량을 긴급 수혈한데다, 프로그램 순매수 규모 3099억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22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한 것으로 추정돼 시장의 방패 노릇을 하지 못했다.

7월 들어 꾸준히 순매수하던 연기금도 447억원의 순매도를 보였다. 이달 들어 최대 규모의 매도 우위다. 보험과 종금도 각각 516억원과 447억원을 순매도하며 버팀목이 되지 못했다. 특히 투신은 장중 한때 1200억원의 순매도를 나타내기도 했다.
기관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이유로는 향후 글로벌증시에 대한 '자신감 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자산운용사나 기관 등 매수주체가 자신감이 사라진 듯 하다"며 "수급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작은 매도세에도 장이 상당히 물러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국제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타고 미국발 신용위기가 재점화되는 와중에 기관이라도 선뜻 매수에 나서지는 못하면서 약간의 '잽펀치'에도 휘청거리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코스피지수가 지난 5월 1900선에서 하락할 당시에는 1500선 이하로는 떨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기관들의 자신감으로 매수가 이뤄졌지만, 최근 글로벌시장의 분위기로는 단시일내 상승 반전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과 인플레이션 우려, 미국의 신용위기 재발 우려가 대두되면서 기관들이 향후 정세를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대부분 운용사들이 펀드내 현금비중을 10% 이상 높인 것으로 안다"며 "글로벌증시 등 상황이 불안해 현금확보에 일단 주력한 뒤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매니저는 "아직 바닥이 어디인지 예상하기 어려운 마당에 하루 이틀 과감하게 '지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며 "외국인 매도세가 좀더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마당에 자칫하면 '외국인에 물려 고전할 가능성'도 상당히 염두에 둔 전략을 펼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저점을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외국인들만 좋은 일 시키는' 상황만은 피하고 싶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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