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호타이어 소비자는 봉"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 2008.07.15 13:35
"재료비가 올랐는데 타이어 가격을 못 올리면 기업이 죽으라는 것이다" 지난 5월 7일 조선호텔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오세철 금호타이어 사장이 한 말이다.

원유와 생고무 등 원자재 가격은 사업계획을 짤 때 예상했던 것보다 크게 올랐는데 '물가를 잡겠다'는 정부 눈치 보랴 경쟁사들 눈치 보랴 타이어 가격을 못 올리고 있다는 하소연이었다.

오 사장은 당시 "수출가격은 9.4% 인상한 반면 내수가격은 5% 밖에 못 올렸다"며 "내수에서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2-3개월 후에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적자에 시달리며 내수가격 인상 불가피론을 폈던 금호타이어가 가격을 올려야 하는 사정이 또 하나 생겼다.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를 내비쳤던 오 사장이 노조에 사실상 굴복해 '퍼주기'를 했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는 최근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임금을 3% 인상해주고 설 명절 상여금도 50% 높여주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또 올해 성과급 250만원을 주고 여기에도 7월 상여금을 기준으로 50%를 생산장려금으로 지급키로 했다.

당초 노조의 임금을 동결하고 광주공장 근로자 4000여명 가운데 431명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안을 내놓았던 오 사장의 기세는 노조가 실력행사에 들어가자 온 데 간데 없었다.


주주들도 등을 돌렸다. 금호타이어 주가는 지난 10일 7490원으로 최근 3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바닥을 기고 있다.

물론 파업에 따른 손실을 입는 것보다 노사가 합의한 대로 광주공장과 곡성공장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노사관계도 원만히 하고 주주이익을 도모하는 길일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노사협상의 고려사항에 소비자는 빠져 있다는 것이다.

한국타이어가 먼저 이달 1일부터 8-9%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뒤 금호타이어도 슬그머니 가격을 8% 올렸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한 것이겠지만 노조에 퍼 줄 것을 미리 감안한 조치였다는 지적에 할 말 없게 됐다.

금호타이어 소비자들이 '내 주머니돈이 노조원 주머니로 옮겨 간다'는 사실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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