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CEO 해외파 전성시대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 2008.07.18 12:31

[新CEO論]3. 해외파CEO-금융편①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서 세계적인 IB 강자들과 경쟁하려면 지피지기해야 한다."

지난달 산업은행 수장에 오른 민유성 행장이 취임 전 자신을 반대했던 노조에 했던 말이다. 그는 해외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두루 거쳤고, 이런 경험이 후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나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역시 대표적인 해외파 금융인이다.

◇금융권에 몰아치는 해외파 바람

금융권에서 해외파들이 초강세다.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대내적으로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도약을 위해 고부가가치 산업인 금융산업의 세계화가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해외시장에 대한 이해와 선진 금융 기법을 익힌 해외파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

해외파의 국내 유입은 1997년 외환위기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시중 은행들이 하나둘씩 휘청거리면서 관치와 인맥에 연연하는 낡은 시스템, 낙오자 없이 끌고 가는 호송선단식 구조를 뜯어고쳐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그만큼 해외에서 선진 금융노하우를 몸에 익힌 리더들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최근에는 자본시장통합법으로 금융업종간 경계가 무너지고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외국자본이 국내에 훨씬 더 자유롭게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단계를 맞아 해외파들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었다.

더구나 국내 증권사들이 기업공개(IPO), 장외파생상품, 해외투자, 인수합병(M&A) 등의 업무를 강화하면서 JP모간, 씨티 등 외국계 투자은행(IB) 출신들이 대거 국내 증권사로 옮기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해외파들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은 국제감각과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 다양한 실무경험이 장점으로 꼽힌다"며 "외국인 주주를 상대하는 해외 기업설명회(IR)나 해외 자금조달 업무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파 뱅커, 누가 있나

시중은행장으로는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대표적인 해외파다. 미국 다트머스대에서 경제학을, 플렛처대 대학원에서 국제법과 외교학을 전공한 그는 1979년부터 씨티은행 뉴욕본사와 서울지점에서 근무했고 뱅커스트러스트(BT)와 도이치뱅크 한국대표를 지냈다. 2000년부터 2002년 말까지는 서울은행장을 지냈다.
▲ 강정원 국민은행장/황영기 KB지주사 회장 내정자/민유성 산업은행장

국민은행에서 '투톱' 체제를 이루게 된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역시 국제금융전문가로 손꼽힌다. 런던정경대학원 수학 후 파리바은행, 뱅커스트러스트에서 근무했다. 이후 삼성투신운용과 삼성증권에서 사장을 우리금융지주회사에서 회장 겸 우리은행장을 지냈다. 강 행장과는 83년부터 89년까지 뱅커스트러스트 서울지점에서 함께 일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서강대 경영학과 졸업 후에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이후 씨티은행 뉴욕본점 기업금융그룹 지배인, 모건스탠리증권 서울사무소장, 환은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대표, 우리금융지주 부회장(CFO) 등을 두루 거쳤다.

하영구 씨티은행장은 서울대 상대와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은 후 1981년 씨티은행 서울지점 입행해 씨티은행 아시아·라틴아메리카 지역본부 임원과 한국소비자금융그룹 대표를 지냈다. 2001년 한미은행장을 거쳐 2004년 한국씨티은행장에 올랐다.


◇증권사, 뚜렷한 해외파 선호

해외파 선호는 증권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증권업계에서는 김성태 대우증권 사장이 대표적이다. 씨티은행 출신으로 뱅커스트러스트 등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20여 년간 근무했다. LG투자증권과 흥국생명보험 대표를 거쳐 2007년 대우증권 사장에 취임했다.

특히 최근 신설된 증권사로 외국계 금융사 인재가 활발하게 이동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자회사인 KB투자증권은 체이스맨해튼은행, 케미컬뱅크를 거쳐 JP모간과 도이치뱅크그룹 한국대표를 지낸 김명한씨를 대표로 영입했다.
 
기업은행이 만든 IBK투자증권의 임기영 대표는 조지워싱턴대 MBA 졸업 후 살로먼브라더스, 한누리살로먼증권, 삼성증권, 도이치증권 등에서 근무하며 글로벌 기업금융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이찬근 하나IB증권 대표는 JP모간은행과 뱅커스트러스트은행 서울지점을 거쳐 푸르덴셜투자증권 서울사무소장을 지낸 후 UBS와 골드만삭스 한국대표를 역임했다. 이밖에 KTB투자증권은 이병호 전 골드만삭스 한국대표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하영구 씨티은행장/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

해외파들의 면면에서 뱅커스트러스트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뱅커스트러스트에서 일하며 서울지점 부장과 도쿄지점 이사를 지냈으며, 강정원 행장은 서울지점 대표를 지냈다. 김성태 대우증권 사장은 15년간 기업금융을 담당했다. 이찬근 하나IB증권 사장과 한정철 우리투자증권 트레이딩사업부 대표, 이건표 대우증권 IB사업추진단장도 이곳 출신이다.

국내 증권사 해외지점 근무를 통해 선진금융 노하우를 쌓은 인물들도 전진배치되고 있다. 오하이오주립대 MBA 출신인 유 사장은 92~99년 대우증권 런던법인에서 근무했으며, 대우선물 대우증권 대표를 역임한 박 사장은 90~98년 헝가리 대우은행을 이끌면서 높은 수익을 올린 경험이 있다. 김기범 메리츠증권 사장도 대우증권 해외법인에서 근무했다.
 
◇외국계 금융사 CEO 면면은

해외파들이 기세를 잡자 외국계 증권사 한국지점 대표들의 인기도 상한가다. 국내에서 맹활약중인 한국지점 대표로는 이재홍, 정영우씨를 들 수 있다. 이 대표는 체이스맨해튼은행과 JP모간 홍콩지점을 거쳐 ABN암로 대표를 거쳤다. 정영우 서울지점 리서치부문 대표는 도이치모건그렌펠과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에서 근무했다.
 
안성은 메릴린치증권 한국대표는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MBA를 받았으며, 도이치뱅크와 살로먼스미스바니 IB 대표를 역임했다. 박상용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대표는 미국에서 수학 후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 증권 서울지점 대표를 지냈다.

JP모간 한국지점을 이끌고 있는 임석정 대표는 살로먼브라더스증권 뉴욕 본사 부사장과 JP모건증권 서울지점장을 지냈다. 이천기 크레디트스위스 대표는 뉴욕연방은행에서 근무했으며 골드만삭스를 거쳐 2002년 최연소 크레디트스위스증권 한국대표로 발탁됐다.

이밖에 최석윤 ABN암로은행 서울지점 대표는 JP모간을 시작으로 대우증권 서울, 도쿄, 런던지점에서 근무했다. 김영종 비자코리아 사장은 체이스맨해튼은행 서울지점에 입사, 홍콩 소재 체이스맨해튼 투자금융 사장과 한국푸르덴셜생명보험 사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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