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매수청구권, 무위험 차익 보장?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 2008.07.13 17:14

건전한 인수합병 걸림돌 vs 주주 권익 침해

국민은행 지주회사 전환을 계기로 주식매수청구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금융감독당국도 기업들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소액주주들의 권익이 침해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어 어떤 결론이 내려질 지 주목된다.

◇주식매수청구권=땅 짚고 헤엄치기?

주식매수청구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소위 ‘무위험 차익’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국민은행 사례는 주식매수청구권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민은행은 지난 4월30일 지주회사 전환을 결의하면서 주식매수청구 가격을 6만3293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폭락하면서 국민은행의 주가는 6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주식매수청구 가격보다 더 떨어진 것. 주식매수청구권은 국민은행의 주주명부가 폐쇄되기 이전까지 취득한 모든 주식에 대해 인정된다. 이론적으로 본다면 투자자들에게 국민은행의 주가와 6만3293원 사이의 차익이 항상 보장돼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이사회 결의일 이전에 취득한 주식에 대해서만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의 주식매수청구권도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투자자의 도덕적 해이(모럴 헤저드)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받으려면 주총 이전에 반대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하지만 주총에서도 반드시 반대의사를 표시해야 하는 건 아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우선 반대의사를 표시한 다음 주가 추이에 따라 결정을 바꿀 수 있다. 주총 때 주가가 매수청구가를 밑돌면 주식매수를 신청하고 반대의 경우라면 입장을 바꿔 주식매수를 청구하지 않으면 된다. 일종의 ‘꽃놀이패’인 셈이다.

이웃 일본에서는 이런 사례를 막기 위해 일단 주총 전에 서면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면 이를 임의로 철회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경영권 보장 vs 주주 권익 침해

주식매수청구권 개선을 검토하는 것은 자유로운 경영권 보장해야 한다는 측면이 강하다. 인수합병 등 주요 의사결정에 따른 불필요한 비용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차원이다.

하지만 주식매수청구권 인정 시점을 이사회 결의일로 앞당길 경우 주주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를 들어 투자자 A씨는 B사가 합병을 결의한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주식을 매수했다고 가정하자. 하지만 얼마 후 정작 B사가 공시한 합병신고서를 보니 자신의 기대와는 다른 방식의 합병이었다.

주식매수청구권이 이사회 결의일 이전에 주식을 취득한 주주에게만 주어진다면 A씨가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막히는 셈이다.

과연 무위험 차익인가에 대해서도 반론이 제기된다. 투자자들이 주식매수청구 가격을 무조건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매수를 청구한 주식의 30% 이상이 매수가격을 반대하면 매수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대주주가 주식매수가격을 조정할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반드시 무위험 차익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주식매수청구 가격이 조정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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