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2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소집한 관계장관 회의에서 정부와 청와대의 무사안일한 대처를 호되게 질책했다.
이상희 국방장관,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 김하중 통일부장관, 김성호 국정원장,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등 회의 참석자들은 이날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 내내 진땀을 흘려야 했다.
금강산 관광객의 총격 사망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과 관련, 이 대통령은 회의 서두에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북한 당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 시간대에 저항능력도 없는 민간인 관광객에게 총격을 가해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전날 남북 당국간 전면적 대화를 제의하며 기존 대북노선을 수정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그러면서 정부 당국에 신속한 진상규명과 후속 대책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관계된 일인 만큼 조속한 진상규명과 함께 한 점의 의혹도 없도록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국민께 소상히 공개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장시간 동안 늑장보고 문제를 거론하며 참석자들을 엄하게 꾸짖었다.
"이번 사건이 현대 측에 의해 통일부에 보고되고, 청와대 관련 비서관을 통해 대통령인 나에게 보고되는 데 무려 두 시간 이상이 걸렸다"면서 "정부 위기대응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있음이 확인됐다"고 질책하고 "위기대응시스템의 개선 방안과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자국 국민이 피격당해 숨진 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총질을 한 북한 당국에 대화제의라는 유화 제스처를 취했어야 했냐는 여론의 강한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늑장보고로 연설문 수정 등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전날 "정부의 큰 정책방향을 밝히는 일을 (피격사건 때문에) 즉흥적으로 바꿀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관광객 사망 후에도 대통령 연설을 강행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늑장보고 의혹에 대해서도 "대통령에게 확인도 없이 보고할 수 있냐"며 "보다 정확한 확인절차를 거치느라 보고가 늦어졌다"고 국민여론과 일반상식에서 동떨어진 해명으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