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품 가격 공개, 현재로선 최선 다한것"

대담=권성희 정경부장, 정리=송선옥 기자  | 2008.07.14 12:15

[머투초대석]허용석 관세청장

-관세청장 취임 4개월, 2년만의 인사
-불만 최소위해 인사대상자 직접 '대화'
-입국장 면세점 설치, 세관검사 동선·안전 문제


 지난 3월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에서 관세청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 허용석 관세청장(사진)은 숨가쁜 4개월을 보냈다.

인천세관을 시작으로 전국 56개 소속 기관을 현장 방문했고 관세청에서 2년만에 이뤄지는 대규모 인사를 마무리했다. 허 청장은 이 과정에서 인사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성과가 좋지 못한 과장급 직원 54명은 직접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 얘기를 들었다.

 허 청장은 "인사는 50점만 받으면 성공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쉽지 않은데 이번 인사 후에 인터넷을 통해 설문조사를 해보니 76점이 나왔다"며 "조직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인사가 되도록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나는 조직을 만들어 국가와 국민 모두에 이익이 되는 관세행정을 펼치겠다는 허 청장을 만나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둔화되는 어려운 상황에서 관세청의 역할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정책을 만드는 입장에서 정책을 실행하는 입장으로 바뀌셨는데요, 가장 큰 차이라면 무엇입니까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보니 제 말 한마디가 즉각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책임을 느낍니다. 예를 들면 현장에서 제가 느낀 것을 말하면 그게 곧바로 반영이 되더라구요. 그게 정말 옳은 것인지, 아닌지 모르는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내 의견을 말하는 것 뿐이니 그 의견에 대해 토의하고 검토해서 결정을 내리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방식에도 무슨 이유나 이력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거기에 대해 충분히 논의를 해보라는 것이죠.

-요즘 소통이 화두입니다. 관세청은 직원이 4500명이나 되는 큰 조직인데 소통은 어떻게 하십니까.
 ▶현장에 갔을 때 조직이 딱 도열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조직은 어느 한 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체가 무너질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조직은 시끄러워야 합니다. 조직이 시끄럽게 움직이려면 대화가 필요합니다. 저는 이런 점에서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관세청 홈페이지에 있는 신문고, 또 제 블로그 등 인터넷을 통해 소통을 많이 하려고 합니다.

-누구나 소통을 위해 대화를 강조합니다. 하지만 조직의 장이 대화를 강조하는 것과 밑에서 소통이 잘 된다고 느끼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대화가 일방적이어선 안 되죠. 그런 점에서 저는 가능한 반응을 보여주려 노력합니다. 얼마 전에 인천공항 세관의 직원 두 명이 마약이 운반되는 것을 적발하고 유통경로를 캐려고 러시아까지 날아간 일이 있었습니다. 이 일을 보고 받고 해당 팀장과 직원들에게 전화해 상황을 전해 듣고 격려했습니다. 이렇게 반응을 보여주고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대화이고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물가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90개 소비재에 대한 수입가격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는데요.
 ▶관세청이 수입가격을 공개한 것은 수입업체들이 물품 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소비자들이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입니다.


문제는 수입가를 공개할 때 3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통상마찰의 소지를 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수입가 공개가 통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수입가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뒤로 유럽연합(EU)측에서 문의가 오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는 수입가 공개로 업체가 취하는 마진이 그대로 노출된다면 영업기밀을 공개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과세자료 노출에 대한 우려도 있구요. 관세청은 이런 문제점을 피하기 위해 90개 품목으로 나눠 평균 가격을 공개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소비자들은 미흡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일반 국민들이 관세청과 직접 맞닥뜨리는 경우는 해외에 나갔다 세관 검사할 때입니다. 혹시라도 세관 검사에 걸리면 불만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관세청은 2가지 상반되는 업무를 잘 조화시켜야 합니다. 해외 갔다 돌아오시는 분들은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어 세관 검사가 길어지는데 대해 불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신속하게 세관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첫번째 임무가 되겠구요.

둘째는 불법 수입품이 통관되지 않도록 정확하게 세관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중요한 임무입니다. 신속하면서도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요즘 불법 의약품 같은 것이 국내에 많이 유통돼 성형 부작용 등 문제점을 낳고 있는데 이런 문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선 세관에서 잡아줘야 합니다.

세관은 이를 위해 무작위로 개장검사를 실시하는데 이에 대해 불만들이 많아요. 하지만 나 자신과 우리 가족의 안전을 위해 필요불가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좀 인내해 주셔야 합니다.

 -공항 면세점은 출국하는 곳에만 설치돼 있는데요, 입국장에도 면세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입국장 면세점 문제는 편의성보다 안정성 문제를 우선 고려해야 합니다. 입국장에 면세점을 만들면 입국하는 사람들이 쇼핑하느라 동선이 흐트러져 버려요.

이렇게 되면 CCTV로 의심스러운 입국자들을 쭉 따라가며 감시하기가 어려워지게 됩니다. 아울러 여러 항공편 승객들이 섞이면서 세관 검사를 하는데 애를 먹게 되구요. 면세점 물품이 주로 향수나 화장품, 주류인데 이런 환경에서는 마약견의 후각이 위축돼 마약을 잘 잡아내지 못하게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국제적으로 테러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입국시 검사가 어려워지면 안전 보장이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얘기거든요. 따라서 입국장 면세점 문제는 안전성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선진국 가운데 입국장에 면세점을 설치한 나라가 거의 없는 것도 이런 점 때문입니다.

-면세한도가 너무 작아 현실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여행자 휴대품 면세제도는 여행자가 해외에 나가 작은 선물을 사올 수 있도록 해주자는 취지에서 만든 제도입니다.

해외에 나간 김에 면세품이니 가능한 많이 쇼핑해오자, 이런 생각이라면 차이가 있는 거죠. 우리나라의 면세한도액은 미화 400달러입니다. 일본의 20만엔(약 1882달러), 호주 900호주달러(약 863달러)보다는 낮지만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대부분의 국가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에요. 게다가 우리나라 면세한도는 주류, 향수, 담배는 제외하고 400달러거든요. 기본면세 400달러와 주류, 담배, 향수 등 별도면세 범위를 합산하면 실질적인 면세범위는 800~900달러로 현실과 크게 어긋나지 않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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