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자살여고생 부모, 청와대·교육청에 진정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 2008.07.10 16:30
↑ 신양의 유서가 적힌 선전물의 앞면
↑ 신양이 남긴 유서

지난 5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촛불시위에 참여한 후 '촛불' 선전물 뒤편에 자필로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한 여고생의 부모가 "학교 일부 교사들의 교육행태가 문제"라며 10일 청와대와 해당 교육청에 진정서를 냈다.

경기도 안양 K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숨진 신모양(18)의 아버지는 이날 머니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늘 진정서를 청와대와 경기도 교육청에 한 통씩 접수했다. 학교 측에서 합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문제 교사를 그대로 두거나 하면 법적 대응도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 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이 어제(9일) 집으로 찾아왔으나 내 마음은 생각도 안하고 자신들 변명만 늘어놓았다"며 "'아이들 잘 가르치려고 하다 보니 불상사가 났다'고 하면서 잘못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말하더니 '바빠서 빨리 가야 된다'고 가버렸다"고 밝혔다.

이날 신양의 부모가 낸 진정서에는 담임교사 A씨와 수학교사 B씨를 성토하는 내용이 담겼다.

진정서에 따르면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를 조사한다며 해당 학생 6명을 모두 교실에서 일어나라고 했으며 숨진 신양이 가만히 있자 공개적으로 명단을 불러 모욕감을 줬다는 것이다. 신양의 아버지는 1급 지체장애인으로 국민기초생활수급자다. 신양의 부모는 서울 강남에서 떡볶이, 순대 등을 파는 노점상을 하며 생계를 꾸려왔다.

또 A씨는 학교운영비와 급식비 등 공납금을 제 때 내지 못한 학생들도 수시로 명단을 공개하고 낼 때까지 학교에 남기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숨긴 담배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여학생들의 가방 속 생리대 포장까지 뜯는 등 반 학생들이 심리적 압박을 많이 느껴왔다고 밝혔다.


B씨의 경우는 체벌을 문제 삼았다. 여학생을 체벌하면서 치마를 양손으로 잡아 당겨 엉덩이를 때리고 이 과정에서 속옷이 보여 수치심도 들게 했다는 것이다. 또 발로 차고 욕설을 하는 등 과잉체벌을 해왔으며 숨진 신모양도 집에서 "두렵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본보가 7일 신양의 자살사건을 최초보도하자 이 학교 학생이라고 밝힌 제보자들도 "(신양의) 담임선생님이 평소 가정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에게 모욕을 주고 정치적으로도 중립적이지 않았다"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말을 하다 찍히면 항상 나무랐으며, 촛불집회도 '못사는 사람들이나 나가는 것'이라며 비난해왔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학교는 처음에 자살이 아닌 교통사고라고 하고 담임선생님도 (자살원인이) 촛불시위 때문이라고 하는 등 사건의 본질을 덮으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진정서를 접수한 경기도 교육청은 "오늘 즉시 해당 학교에 나가 문제가 된 교사들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라며 "잘못된 점이 있으면 학교재단에 징계를 요청하겠지만 사립이라서 학교가 징계를 내리지 않을 경우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관할서인 안양경찰서도 신양의 자살원인과 관련한 책임소재 여부를 수사 중이다.

앞서 신양은 5일 자정쯤 경기도 안양시 안양2동 한 아파트 15층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는 촛불시위에서 쓰이는 선전물 뒤편에 신양이 자필로 쓴 것이다. 유서에는 학교 선생님을 원망하는 부분, 신변에 관한 고민 등이 복합적으로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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